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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형 인간

기억을 요리하는 랩소디

by 바람비행기 윤기경

나는 붕어빵이다.

많이 비싸진 몸이라지만, 다른 양아치들에 비하면 아직까진 그래도 싸구려의 몸이다.

하긴 나보다 더 비싼 돈을 받고도 제 값 못하는 인간이 제법 수두룩하다.

내가 가장 경멸하는 인간들이 있다. 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의 두미를 장식하고 있다. 소식을 접할 때마다 상습적으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아름다운 붕어(사진 윤기경)

"범죄의 강도가 높아 갈수록 정치입문의 기회가 다가온다." 그들은 나의 빠삭한 풍미를 모른다.

그들의 약점은 싸구려인 내 몸 안에 어떤 삶들이 장착되어 있는지 모른다. 나의 내장에 잔뜩 베인 아름다운 달콤함을 모를 것이다. 나는 붕어빵이다. 이 삶이 뉘보다 어여쁘다고 자신한다.

직접 개조한 부스(사진 윤기경?

노인은 이십 년쯤은 넘게 나를 위해 불을 데우고 전동기도 만들었다. 그는 늘 새벽같이 일어나 내 울음을 빚고 달래서 길거리로 나온다.

혼자라고 외롭지도 않았다. 그는 나를 팔고 나면 또 다른 나를 부활시키므로 심심할 틈도 없다. 무수한 예수들이 그를 통해 부활되고 고통하는 인간들에게 사랑의 정신을 베푸는 몸.

그러고도 두 개에 천 원이라니, 나는 분명 만고에 다시없는 위대한 영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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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에 대한 느낌은 다양하지 않다. 대부분 빠삭한 밀몸과 달콤한 팥들의 반란에 삼매경에 빠질 것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90년대 맛을 가진 붕어빵집을 찾았다.

연신 붕어빵 틀을 뒤집는 노인의 왼쪽에는 한 여름 그리고 최근에나 팔았을 솜사탕 재료가 자릴 차지하고 있었다. 가끔 찾는 아이들이 있어서 치우지 못하고 있단다.

아름다운 추억빵(사진 윤기경)

천 원에 두 개, 다른 곳에 비하면 두 배 싼 셈이다.

인터뷰하듯 왜 다른 데는 한 개 천 원인데 올리지 않냐고 했더니, "아이들이 무슨 돈이 있겠어요?" 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되어 한 입 붕어빵을 패어 물었다.

"아! 이거 통팥이네요."

나는 그 옛날 학교시절 ㅁ닉었던 붕어빵의 식감을 찾아내는 영광을 얻은 터였다.

"맛은 없죠?"

"아니요. 이거야 말로 내가 찾던 맛입니다."

천 원어치를 더 샀다. 가져와서 몰래 더 먹기로 한 거다. 두 개를 순식간에 먹어 치운 나는 서류가방 안쪽에 넣어서 길을 벗어났다.

통팥의 기억 속으로(사진 윤기경)


깜빡 잊었다. 작업실로 돌아와 일을 챙기다가, 가방 속에 있던 서류를 꺼냈는데, 이미 기절한 붕어빵의 식어버린 시신이 나온 거다.

얼른 밀몸을 만지니, 싸늘한 시체의 형국이었다.

식어버린 그의 밀몸을 해부를 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죽은 게 아니었다. 그의 맛은 식을수록 더한 극한의 맛을 일궈 주었다.

세상은 서로 들볶아 대며 살아가는 큰 울타리, 이토록 사람들에게 끝까지 달콤한 의미를 줄 사람 많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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