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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려라 거기 악귀가 서있다

인류를 추방하는 인류

by 바람비행기 윤기경

부끄러워하라

그럼 최소한의 성공이다


"우리는 비겁한 반직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행위는 졸렬한 반칙이고 공연한 핑계뿐이었어요.

분명 다른 나라의 아나운서는 축구장에서 일어난 우리 선수의 반칙에 대한 격분을 금치 못했었죠.

하지만 우리 축구계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어요. 과연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슬로 화면을 보여주더군요. 그러자 우리 해설자의 결기에 가득 찬 목소리는 흐지부지 사라집니다.

나는 대형 스크린을 보다가 소리쳤어요.

"반칙이네."

순간 대형 호프집 실내에 모여서 응원하던 사람들이 눈이 내게 집중했어요. 그들의 눈은 증오로 가득 찼습니다. 잘못하면 맞아 죽을 것 같았어요.

인정할 줄 알고 부끄러워하고 사과한다면 그것만 해도 성공한 것이죠. 우리 인류가 가장 하지 못하는 것이 수용이며 인정이며 더불어 용서를 구할 줄 아는 것입니다.

상대를 꺾으려고 자신의 실수도 인정할 수 없는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강자가 끝없이 약자를 추방하고 괴롭히고 없신 여기는 인류가 구현될 것입니다. 그런 인류는 오직 강탈과 눈속임으로 지속되겠죠.


종교의 허물을 버려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전쟁은 종교와 이념의 전쟁입니다. 19세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정착을 도와주었던 인디언들을 쫓아낸 미대륙 청교도들을 예시로 들죠.

별을 따는 인류(그림 윤기경)

인디언은 종교적으로 이질적인 존재이므로 추방해야 했고 살해해야 했고 괴롭혀야 했던 것입니다. 구한말 천주교를 사교라 하고 박해했던 우리도 의도치 않은 전쟁을 치른 것입니다.

이러한 일들은 인류 스스로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는 데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인류는 공존하기 위해 종교를 두었으나, 이미 오늘날의 종교는 영토와 영역싸움의 도구로 전락한 것이죠.

아집이 된 종교, 욕망이 된 정치, 파멸이 되기 시작한 원자과학. 이 모두는 인류의 반칙을 통해 이뤄질 것입니다.

자신만의 주장이 옳다는 사람.

내가 가장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말을 바꾸기를 거듭하는 사람.

뜬금없이 정의를 외치지만 본인은 불의한 사람.

남 헐뜯는 사람.


부셔라 뱉어라


이들은 분명 침략의 상대가 사라질 경우 함께 멸망할 것입니다.

공자의 말씀이 옳고, 예수의 사랑이 따뜻하고,

불가의 자비를 외친다 해도 남을 경멸하고 당신의 존재만을 추구할 때 인류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추방하는 자여 옛날의 그대를 기억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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