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드세요

by 여니

활짝 핀 꽃이 초록색 열매를 맺고 시간이 흘러 흘러

추운 바람이 불어올 때쯤이면 노랗게 익은 귤들이 보인다

올 가을, 겨울에 우리 가족 간식을 책임져 줄 고마운 귤

맛있게 익은 귤을 하나, 둘, 셋...

아니... 셀 수 없이 눈앞에 보이는 귤들을 먹고 있으면

집안에서 귤냄새가 폴폴~~ 퍼지며 좋은 방향제 역할을 해준다

오늘도 껍질을 까서 달다달다 너무 맛있다 생각하며 먹고 있을 때 어디선가 느껴지는 시선

아... 왜 바라보는 거야 신랑아? 라는 말은 속으로 생각하고

“자기야 그 하나 남은 건 반쪽씩 나눠먹자”

라는 신랑 말에 싫지만 그래도 반쪽을 까서 입에 넣어주며

서로 달콤함을 느껴보는데 하나를 먹어야 할 걸 반쪽씩

나눠먹어서인지 사라지는 이 달콤함이 너무 아쉽다!

안 되겠어서 냉장고에서 4개를 더 가지고 와 다시 천천히

음미하며 먹고 있는데 또 느껴지는 시선

“징하다 징해 또 까먹어? “

하! 신랑이 먹지 않았으면 더 먹지 않았을 귤인데

반쪽을 나눠줘서 아쉬우니 먹는 귤인데 징하다니!!

한 귀로 흘러 보내고 마지막 귤을 까고 있으니 또 느껴지는 시선 “아 왜!! 이거 마지막 귤이야 이거 먹고 안 먹을 거야 그만 바라봐!” 하고 외침을 터트렸더니

“아니 또 맛있어 보이네 사실 반쪽만 먹으니 나도 아쉽더라고 그 남은 건 나눠먹자 “

“싫어 싫어 오빠가 까서 먹어 나는 이거 다 먹을 거야”

“원래 맛있는 건 아쉽게 먹어야 더 맛있어 나눠먹자 아~”

하며 입을 벌리는 신랑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저 입이 닫히지 않을 거 같아 반쪽을 넣어주었더니 “음~ 올해는 귤이 다네 맛있다” 하고 흡족한 표정을 짓는 신랑의 머리를 콩! 하고 싶지만 손을 내려놓으며 남은 반쪽을 입안 가득 넣어 달콤함을 느낀다

한 입 가득 넣어 즙이 퍼지는 이 느낌이 너무 좋다!

귤 하나를 잃은 마음도 녹여주는 이 달콤함!

올 겨울도 손이 노래지도록 열심히 귤의 달콤함을 느껴야겠다

앞으로 귤을 먹을 때 신랑 귤도 따로 챙겨 앞에 두어야겠다

귤은 스스로 까 드세요 모든지 셀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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