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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섭 Aug 31. 2022

나의 영화 이야기 2

우진에게

   우진에게


  40년이 흘러가 버렸네. 20대 초반 푸른 나이로 우리는 남산에 있는 영화진흥공사에서 만났지. 너는 서울대 국문학과 학생이고 나는 고졸 3류 인생인데, 형이라고 부르며 나를 감싸 안았지. 

  시답지 않은 내 단편 시나리오를 영화감독이고 시나리오 방송 작가였던 유열 선생님께서 극찬하면서 내가 시나리오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하셨지. 영화인협회 이사장이었던 정진우 감독님께 나를 직접 소개했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유열 선생님의 소개에 정진우 감독은 놀라면서 나를 극진하게 반겨주었지. 시나리오 작가 협회 작가님들이 나를 천재라고 하면서 큰 기대를 한다고 한국 영화의 미래가 밝다고 했었지. 그리고 내가 쓴 단편 시나리오를 영구 보존하겠다고 했었지. 


  영화 시나리오 모임이 만들어졌지. 영화감독, 시나리오, 방송 작가 지망생들이 혜화동에 있었던 “오감도”에 모여서 열띤 영화 이야기를 이어갔지. 상업성이 없는 내 시나리오 초안을 보고 제작자가 없으면 한국은행을 털어서 영화를 만들자며 술에 취해 제법 진지한 객기도 부렸었지. 다 흘러간 추억이 되었네.

 

  내가 영화에서 멀어져 40년이 지나가 버린 오늘 너와 나 둘만 남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왜일까? 봉준호 감독이 칸느에서 상을 받았을 때 너는 내게 전화를 걸어와서 형과 내가 저 자리에 있었야 하는데 하며 아쉬워했지. 너는 언제나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네가 영화를 만들면 칸느 그랑프리는 당연히 받을 것이라고 했었지. 미안하다. 용기 잃지 말라는 격려라고 생각했었다. 우진아! 그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영화 만들자. 너와 나 둘이서 40년 전 그 약속 이제부터 시작하자. 비록 나이 60이 넘었지만, 남은 인생 영화 만들기로 둘이서 신나게 놀아보자. 

  언제나 내 편에서 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너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마음을 오늘 아침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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