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ick Oct 15. 2022

거대한 공범구조

<송곳>, 최규석, 창비

<송곳>, 최규석, 창비      


#사회부조리 #소시민 #송곳 #인권 #노동자 

#마트 #노동조합 #정의 #연대 #해고  
       

'송곳같은 사람들이 있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있다. 주머니 속의 송곳은 언젠가 뚫고 나온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에도 송곳 같은 사람들이 있다. '세상이 다 그런 거지 뭐'라고 생각하는 무사안일(無事安逸)을 뚫고 나오는 송곳.

  이 만화는 부조리한 세상에서 불합리하다고 저항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 날카로운 송곳은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해준다. 그리고, 새로운 것들을 보게 만들어 준다. 전에는 보지 못하던 것들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라고들 한다. 그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은 게 인생이다. 생각대로 잘되지 않기에 인간은 끊임없이 자유를 꿈꾸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뭘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귀여운 아기들도 자기 생각을 하고 있다. 교직 생활도 어느새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한다는 20년이 흘렀건만,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역부족이다. 어째 점점 더 어려워지는 듯도 하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물가에 말을 데려갈 수는 있어도 강제로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고. 그러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단순한 흑백논리가 아니다  


  대부분 사회의 부조리나 노사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들은 당연히 약자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곤 한다. 대부분은 약자이기에 쉽게 공감을 얻을 수 있고, 꿈과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만화는 다르다. 단순하게 흑백논리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지 않는다. 강자는 강자대로, 약자는 약자대로의 논리가 있다. 이 갈등이 심해지면 사장은 갑질을 하게 된다. 그리고, 노동자는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쉽게 풀기 어려운 갈등이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회사를 이길 수 없기에 서로 연대한다. 바로 이것이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 노동조합 안에서도 의견충돌이 생기고 갈등이 싹튼다. 열정적으로 회사와 싸우는 사람도 있고, 생계 문제로 인해 탈퇴하는 사람들도 생긴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보면, 아버지는 아들의 발레 수업료를 위해 동료들에게 비난받아가며 탄광으로 향한다. 이 장면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난다. 만약 이를 비판하고 강제로 출근을 못 하게 한다면, 이는 또 다른 폭력일 뿐이다. 이처럼 누구나 자유를 고대하지만, 연대가 어렵기 때문에 자유를 쟁취하기 어렵다. 이 만화는 이러한 소시민들의 삶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감정들이 살아 있다 

       

  흑백의 섬세한 그림체가 마음에 든다. 디즈니 실사영화 <라이언 킹>을 본 나는 무척이나 실망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그래도 애니메이션보다는 실사영화가 더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디즈니의 생각은 착각이었다. 애니메이션의 다소 과장된 심바의 표정들이 실사영화에서는 재현되기 어려웠다. 수많은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했던 애니메이션에 비해 실사영화에서는 모두 같은 모습들이었다. 슬픈 표정도, 기쁜 표정도, 고민하는 장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여 주지 못했다. 어쩌면, 이런 살아있는 감정 표현들이야말로 만화가 주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만화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감정들이 살아있다. 정말 살아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이수인과 고두신의 표정들을 보면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는지가 보일 정도로 감정들이 살아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림을 보는 독자들에게도 그 감정들이 전해진다.

   그리고, 절제된 대사들이 좋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억지 감동이나, 분노를 직접적으로 유발시키지 않는 담백한 대사들이 좋다. 어느 편을 들기보다는 현실이 이러하니 독자들에게 판단을 맡긴다는 듯이 그냥 툭툭 대사들을 던진다. 그 대사들이 마음속에 송곳처럼 쏙쏙 박힌다. 마음이 불편하다.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어디선가 그런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책은 도끼다>(박웅현, 북하우스)에서 봤었나? 좋은 책은 내 마음을 도끼처럼 깨버린다고. 도끼가 내 마음을 깨부수는 것처럼 송곳들이 하나하나 날을 세워 내 마음을 파고든다.                    

거대한 공범구조와 나비효과


  이 만화를 읽으며 송곳으로 마음을 찌르는 듯한 불편함을 느꼈다. 왜일까? 왜 마음이 불편했을까? 사회의 부조리를 보여 주어서일까? 주인공처럼 살지 못하는 내 삶이 부끄러워서일까? 알고도 모르는 척했던 죄책감 때문일까? 나도 공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일까? 장진 감독의 <아름다운 사인(死因)>이라는 연극이 생각난다. 7명의 자살한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 저마다의 사연들을 이야기한다. 시체들이 말을 하는 설정도 신선했다. 성적이 오르지 않아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에 자살을 한 학생에서부터 비정상적인 직장생활의 괴로움 등 여러 이유로 자살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다가 결론을 말한다. 정말 충격이었다. 


  "이 모두는 타살이었습니다."


  이 한마디가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던 기억이 난다. 분명 모두 자살했는데, 왜 타살이라는 걸까? 결국, 우리 사회가 이들을 죽게 만든 것이다. 가해자는 분명 우리 사회인 셈이다. 어쩌면 우리가 모두 공범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대부분 나와 관계된 일에만 관심을 둔다. 당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와 상관없는 일이 있을까?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나비의 단순한 날갯짓이 태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세상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쌍용자동차 해고, 세월호 진상규명, 가습기 피해자, 삼성 반도체 등등의 많은 사회 문제들이 나와 상관이 없는 것일까?            


TIP. 함께 생각해보자.     


1. 사회 문제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영화 <카트>, 부지영 감독, 염정아, 문정희 출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비정규직 사람들의 억울함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공간인 마트라서 더욱 안타깝다. 마트의 비정규직 직원들의 부당해고. 어쩔 수 없이 노조를 만들고 농성을 하고. 그런데도 마트 측은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않고. 억울함은 쌓여만 가고. 경찰의 개입으로 다치기도 하고. 힘없는 약자들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보여 준다. 대부분의 사람은 노동자로 일하게 된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책 <먼지 없는 방>, 김성희보리

  삼성 반도체에서 백혈병으로 남편을 잃은 아내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그토록 자랑하는 반도체. 우리 경제의 핵심이라고까지 말하는 그 반도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구체적인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반도체는 먼지가 치명적이다. 그래서 ‘먼지 없는 방’, ‘클린 룸’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공장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많은 화학약품을 이용해 먼지를 없앤다. 그런데, 그 방에서 근무한 많은 사람이 백혈병으로 죽었다. 결국 ‘먼지 없는 방’은 반도체에게만 좋은 방인 셈이다. 인간보다 우선된 반도체 제조과정에 의문을 품어 본다. 과연 반도체가 사람보다 더 소중할까?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동아시아

  평소 내가 생각했던 의학의 편견을 깨뜨린 책이다. 부조리한 사회 문제들을 데이터를 통해 분석하여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갈 방법들을 찾아가는 이런 학문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바로 ‘사회역학’이라는 학문이다. 저자는 이 사회역학 전문가로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차근차근 이야기해나간다. 우리 몸의 건강은 단지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으며 사회적 환경 요인도 크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사회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걸까? 


2. 사회 문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찾아보자.

   -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는 뉴스들을 찾아 요약해보자.

   - 똑같은 이슈를 다루고 있으나 다른 관점으로 보고 있는 뉴스를 찾아보자.


3. 노사문제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

   - 사장의 입장

   - 노동자의 입장     


4노사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전 04화 사회의 편견을 깨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