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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ick Oct 15. 2022

사회의 편견을 깨다

<나빌레라>, HUN, 위즈덤하우스

<나빌레라>, HUN, 위즈덤하우스               


#승무 #발레 #노력 #아름다움 #빌리엘리어트 

#발레리노 #70세 #노인 #꿈 #고령화사회          


조지훈의 ‘승무


  고등학교 시절, 문학 교과서에서 보았던 바로 그 작품. 조지훈의 ‘승무’를 잠시 감상해보자.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출제되었고, 2017년 수능특강 현대시 등 많은 문제집에도 등장했던 바로 그 작품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시는 승무를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하곤 했었다. 특히 첫 구절과 마지막 구절이기도 한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는 가수 여자 친구의 노래 ‘너 그리고 나’의 가사에도 나오고, 가수 현아의 노래 제목으로도 등장했다. 그리고, 이 만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나빌레라’는 ‘나비로다’의 순우리말로 ‘나비’와 ‘-ㄹ레라’라는 표현이 합쳐져서 ‘나비와 같다’는 의미로 ‘나비일려나’, ‘나비이리라’는 하나의 사실에 대한 추측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조지훈 작가는 이 작품을 19세에 썼다는 점이다. 무용가 최승희의 춤을 보고 썼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찌 되었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나는 19살 때 무엇을 했던가? 반성하게 만든다.           


편견으로 가득찬 사회

     

  이 만화는 70세를 앞둔 할아버지가 발레를 하는 이야기이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통해 우리는 남자가 발레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고 있다. 물론, 영화의 배경에서 먼 시간이 흐르기는 했으나, 아직도 남자 직업, 여자 직업 등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차별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소설 <식스팩>(이재문, 자음과모음)에서도 리코더를 부는 고등학생을 이상하게 쳐다보고, 근육남이 꽃꽂이 하는 것을 신기해한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보이지 않는 편견들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사회에서 주인공 할아버지는 당당하게 자신의 꿈이었던 발레를 하기 위해 꿈틀대기 시작한다. 물론, 집안에서도 반대가 심하다. 아들은 등산이나 수영 등 좋은 운동을 두고 왜 하필 발레냐고 따지고, 손자, 손녀들은 짝 달라붙는 옷을 입은 할아버지를 부끄러워한다. 발레 학원에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면서 왜 배우려고 하냐며 놀리기도 한다. 도대체 할아버지는 왜 발레를 하려는 걸까? 과연 발레를 배울 수나 있는 걸까?    


고령화 사회


  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를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고령화 사회로 가는 좋은 예이기 때문이다. 인구가 많지도 않고, 고령화는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보니, 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의 모습을 타산지석 삼아 대책을 간구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학생들의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니 정말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 2000년 처음으로 학교에 왔을 때, 우리 학교는 무려 한 학년이 17개 학급이었다. 1반부터 17반까지 600여 명의 학생들과 함께 교직의 꿈을 키워갔다. 그러다가 조금씩 학생 수가 줄면서 20년이 지난 지금 9반으로 줄었다. 겨우 180여 명이다. 우리 학교만 보면, 600명에서 180명으로 400여 명이 준 셈이다. 학생들의 수는 줄고, 노령 인구는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생긴다. 소통의 어려움도 있고, 은퇴 후의 삶도 달라지고 있다. 부모님들의 생각도, 자녀들의 생각도 모든 것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부모님들이 많았다. 자식 농사를 잘 지어야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과연 자식 농사만이 부모의 행복일까? 우리 부모님들은 어떻게 살아오셨을까? 우리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어느새 나도 반백년을 살았다. 우리는 어떤 부모로 살고 있는가? 

  대부분은 나이가 들어서야 조금 여유가 생긴다. 아이들이 다 커야 내 꿈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유튜브를 보면 나이가 들어 농구를 하는 아저씨들도 있다. 제대로 뛰지도 못할 것 같은 아저씨가 ‘스테판 커리’를 따라 해 보겠다고 열심히 3점 슛을 던진다. 어떤 사람들은 뭐하러 저렇게까지 할까? 굳이 왜 힘들게 살까? 그냥 편하게 산보나 하며 쉬는 게 더 좋을 텐데. 이해를 못 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꿈을 찾아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내 꿈을 생각해본다. 나에게는 어떤 꿈이 있는가? 남들이 뭐라 해도 나를 위해 한 번쯤은 시도해 보고 싶다. 그게 발레라도 말이다. 만약 당신의 아버지가 발레를 배운다고 해 보자. 당신은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   


누구나 꿈을 꿀 권리가 있다 


  꿈이 뭘까? 70세를 앞둔 할아버지와 20대의 청춘이 만나 발레를 한다. 생각만 해도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공통분모를 찾을 수 없는 이 둘의 조합이 이 만화를 이끌어간다. 노인들에게는 꿈이 없을까? 당신은 가슴 뛰는 삶을 살아본 적이 있는가? 책 <가슴 뛰는 삶의 이력서로 다시 써라>(요안나 스테판스카, 바다출판사)를 읽으며, ‘난 언제 가슴이 뛰는가?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있는가?’를 생각하며 교실의 아이들을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합당한(?) 이유로 우리의 꿈을 가로막는다. 성적이 안 돼서, 남자라서, 여자라서, 나이가 많아서, 키가 작아서, 엄마라서, 아빠라서 등. 사회적 책임과 굴레 속에서 꿈을 접을 때가 많다. 공부를 못하면 꿈을 접어야 하나? 남자는 발레를 하면 안 되나? 여자는 레스링을 하면 안 되나? 키가 작으면 농구를 하면 안 되나? 엄마는 꿈을 꾸면 안 되나? 그런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발레를 하는 할아버지를 보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왜일까? 

  이 만화에서 아이들에게 강조했던 이야기가 있다. ‘스스로 너무 낮출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저는 수학을 못 해요. 아무리 해도 안 돼요.’, 스스로 한계를 정해 두고 능력이 부족하다고 합리화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래야 마음이 편하니까. 하지만, 한 번 더 조금 더 해 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야 성장한다. 포기하지 않고 내 한계에 부딪혀 이겨냈을 때 뿌듯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웹툰의 확장


  이 만화의 작가 HUN은 이미 두 작품을 영화화했다. 바로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와 <해치지 않아(2020)>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69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은밀하게 위대하게 유일하게(시즌2)>를 연재하게 만들었고, <해치지 않아>는 온 가족이 오순도순 모여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 

  <나빌레라>는 뮤지컬로 먼저 공연되었다. 영화 <범죄도시>로 청룡영화제 남주 조연상을 수상했고, <극한직업>으로 천만 배우 반열에 오른 진선규 배우가 할아버지 덕출 역할을 맡았다. 영화로 진선규 배우를 접한 관객들은 발레하는 할아버지 역할을 잘할까 걱정할지도 모르지만, 진선규는 이미 연극 <나와 할아버지> 등에서 할아버지 역할을 잘 해낸 경험이 있다. 영화에서처럼 무섭거나 코믹한 연기와 달리, 연극이나 뮤지컬에서 그는 진지하고 섬세하게 연기를 잘한다. 몸도 잘 쓰고, 연기도 잘하고. 어쩌면, 발레하는 할아버지 역할에 어울리는 배우인 셈이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최근 이 만화를 드라마로 만들었다. 발레하는 할아버지 덕출 역에는 박인환 배우가, 그리고, 발레 동료이자 스승이라고 볼 수 있는 새록이 역에는 송강 배우가 캐스팅되었다. 송강은 3연속 웹툰 원작 드라마를 촬영한 셈이다. <좋아하면 울리는>, <스위트홈>, 그리고, <나빌레라>까지. 만화를 어떻게 영상으로 각색했는지 궁금하다면, 한 번 보시라. 그리고, 여러분들도 수많은 이유로 미루어왔던 꿈에 도전해 보기 바란다. 


Tip.   함께 생각해보자


1. ‘사회의 편견을 뛰어넘는’ 매체 추천          


영화 <빌리 엘리어트>, 스티븐 달트리 감독제이미 벨게리 루이스줄리 월터스 출연

책 <빌리 엘리어트>, 멜빈 버지스 지은이정해영 옮긴이프로메테우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아직도 선명하다. 빌리가 침대 위를 뛰는 장면. 개봉한 지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내 가슴을 뛰게 한다. 남자가 발레를 한다고?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는 보이지 않는 편견들을 모른 척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본다. 게다가 이 작품은 각 캐릭터의 논리가 있다. 빌리의 아빠는 아빠대로의 논리를, 형은 형대로의 논리를. 빌리의 친구는 친구대로의 논리를. 무엇이 옳다 그르다고 말하기 어렵다. 형처럼 파업하며 노동운동을 계속해야 하는가? 빌리를 위해 동료들을 배신한 아빠는 잘못인가? 이런 사회 문제들도 다루고 있어, 발레리노를 꿈꾸는 빌리의 마음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영화뿐만 아니라, 책과 뮤지컬도 있어 서로 비교해보는 것도 좋다. 매체의 특징들도 알 수 있고, 조금씩 다른 이야기들도 재미있다. 책은 영화에서 한 발 더 나가기 위해 소설을 쓰는 모험을 했고, 뮤지컬은 우리 아역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매체를 넘나들며 다양한 빌리를 한 번 경험해보시라.            


책 <식스팩>, 이재문 지음자음과모음

  리코더를 부는 고등학생, 꽃꽂이를 좋아하는 근육남. 이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한 번 상상해보라. 이상해 보일지도 모른다. 고등학생이 리코더를 불고, 근육남이 꽃꽂이를 하고. 만약 이상해 보인다면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차별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어도 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수많은 이유로 차별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학생은 공부해야 하고, 학교에 다녀야 하고. 그 사회가 정한 규칙(누가 세웠는지도 모를)에서 벗어나면 이상하게 본다. 읽는 내내 나는 어떤 차별을 하고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한다. 그러면서도 유쾌하게, 기꺼이 자기의 길을 가는 주인공들의 용기가 부럽다. 세상의 편견을 넘어 자기만의 재능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용기가 부럽다.    


책 <갈매기의 꿈>, 리처드 바크나무옆의자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학창 시절 제일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었던 조나단 리빙스턴. 남들이 모두 먹이를 찾아 헤맬 때 혼자 하늘을 자유롭게 날며 더 높이 날고 싶어 했다. 진정한 자유는 무엇일까? 자유를 꿈꾸었던 조나단의 날갯짓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 지금도 나는 높이 날아오르고 싶다. 자유롭게.          


2.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1) 꿈은 무엇일까? 

     - 내가 생각하는 꿈은 (                        )이다. 

     - (                                         ) 때문이다.      

   (2) 꿈은 직업과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 관계가 있다 / 없다.       


3. 만약에 당신의 부모님께서 새로운 꿈을 꾸신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1) 주변에서 자신의 꿈을 포기했던 사람들이 있는지 찾아보자. 

        그리고, 왜 포기했는지 물어보자.              

   (2) 부모님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인터뷰해보자.        


4.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편견들

   (1) 우리 사회에서 꿈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2) 우리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편견들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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