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대기>, 이종철 지음, 보리
#택배 #노동자 #근무환경 #경험담 #만화
#따뜻한이야기 #고마운사람들 #리얼리즘만화 #지옥의알바 #편리함
띵동~ 초인종 소리에 설렘을 가득 안고 달려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토록 기다리던 택배가 왔을 때, 기쁨을 가득 안고 요즘 유행한다는 언박싱을 하고.... 정말 감격스러운 순간이다. 요즘에는 총알 배송이라는 말이 있듯이 오전에 주문하면 저녁에 집에서 받아 볼 수 있는 좋은(?) 세상이다. 그런데, 정말 좋기만 한 걸까?
제목 까대기. 좀 생소하다. 이 만화에도 나오듯이 ‘가대기’에서 온 말이다.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아래와 같이 나온다.
가대기 : 창고나 부두 따위에서 인부들이 쌀가마니 따위의 무거운 짐을 갈고리로 찍어 당겨서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 또는 그 짐.
이 만화는 '죽음의 알바'라고 알려져 있기도 한 택배 노동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작가가 실제로 6년간 택배 일을 하면서 느낀 점들을 만화의 형식으로 풀어낸 이야기이다. 글로만 설명을 하는 것보다 그림이 있는 만화 형식이라 택배 노동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우리가 집에서 쉽게 받아보는 택배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는지, 그리고 노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실제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하고 있어 진실성이 느껴졌고, 노동 현장을 담담하게 표현해서인지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이 만화는 사람들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선, 소비자들은 필요에 의해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주문받은 업체는 물건을 포장해서 택배기사에게 넘겨주고 중앙 물류센터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다시 지점으로 이동되어 지역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밤새 한다. 그리고, 분류된 택배는 지역 지점으로 가서 택배 하차 작업을 한다. 이때 택배 기사들은 자신이 맡은 지역의 택배를 챙기고 곧바로 배송을 나간다. 이 모든 작업을 거쳐 우리가 주문한 물건이 오는 것이다. 이 만화는 작가가 직접 체험했던 지역 지점에서의 택배 하차 과정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택배 회사.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너무 순진하다 싶을 정도로 정직하게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이 좋아서 이 만화를 그렸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이 갔다. 식당을 하다가 망해서 온 부부, 유도 선수 출신으로 아기의 아빠가 된 사내, 인쇄소 사장을 하던 아저씨 등. 비가 오나 눈이 와도 시간에 쫓기며 밥도 걸러 가며 아파도 쉬지 못하는 택배 기사, 그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택배 노동자들의 힘겨운 삶을 보여 주었다. 그럼에도 택배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은 그렇게 좋아지지 않은 듯하다. 빠른 배송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질수록 택배 노동자들은 힘들어진다.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에 잠시라도 쉬거나 지체가 되면 바로 벌점을 받거나 불이익을 당한다.
이 만화에서는 이러한 택배 노동자들의 삶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생수, 자전거, 김치, 어항, 운동기구, 냉장고 등 다양한 종류의 택배. 보통 트럭 1대를 까대기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 1,000여 개의 짐. 빨리 물건을 분류해야 기사가 배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빠른 시간에 까대기를 해서 분류해야 하는 위험한 일이다. 힘들기만 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사고 위험도 높다고 한다. 트럭에서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짐을 내리다가 무너지면 다칠 수 있고, 지게차가 정신없이 바쁘게 왔다 갔다 하고, 피로가 누적되어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기도 한다. 누가 이런 위험하고도 힘든 일을 할까? 바로 너무나도 바쁜 사람들이다. 먹고 살기에 바쁜, 빚 갚기에 바쁜, 자식 키우기에 바쁜 사람들이 살아가는 위험천만한 곳이 바로 택배 현장이다. 아침 6시에 출근해서 온종일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고, 휴식 시간도 보장받지 못하며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며 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은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요즘은 정말 신기하다. 오전에 주문하면 저녁에 받아 볼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주문을 하면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배송할 수 있는 걸까? 받아보는 소비자들은 편리하겠지만, 그 편리함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통을 주고 있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정당하게 대가를 지불한 소비자이고, 택배를 받아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너무 빠른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우리나라라고는 해도 이건 좀 심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동을 하고 그 대가를 받아 살아가고 있다. 무료 봉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의 권리도 있으니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편하면 다른 누군가는 힘들다는 생각도 해 봐야 하지 않을까? 택배 노동에 대해서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그래도 노동자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힘든 노동 현장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그저 미안할 뿐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한다. 정말 많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할까? 최근 언론에서 '직업선호도 조사'에 대해 보도했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들의 인기 직업은 운동선수, 연예인, 유튜버 등이었고, 대학생들의 인기 직업은 단연 공무원이었다. 말 그대로 선호 직업이 있다는 이야기는 우리 모두 직업의 귀천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 아닐까?
모든 직업은 각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청소해서 동네를 깨끗하게 해주시는 환경미화원, 집을 짓는데 뙤약볕에도 눈이 오는 추운 날에도 일하는 일용직 근무자들, 모두 사회에 z게 기여하고 있다. 흔히 막노동하는 사람들을 빗대어 노가다 꾼이라며 비웃는 학생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참 속상하다. 나의 아버지도 30여 년간 목수 일을 하시며 말 그대로 막노동을 하셨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러한 아버지를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다. 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그들을 무시하는지 모르겠다. 저마다 그들에게는 이유가 있고, 힘겨운 삶을 여러 가지 이유로 잘 이겨가고 있는데 말이다. 택배 일하시는 분들만 이렇게 힘든 건 아닐 거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추운 겨울 힘겹게 노동하시는 분들을 생각하며 고마운 마음을 담아 따뜻한 세상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1. 노동자들의 삶이 더 궁금하다면?
유튜브 <엠빅뉴스 – 죽음의 알바체험 1,2,3부.>
엠빅뉴스 기자가 직접 택배 알바를 하며, 택배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 준다. ‘1부 숨 쉴 틈도 없다, 2부 밥도 물도 못 먹는다, 3부 안 다치는 게 이상하다’를 모두 보면 택배 노동자들의 삶을 간접 체험해볼 수 있다. 왜 '죽음의 알바'라고 하는지 알 수 있다. 하루라도 빨리, 조금이라도, 근무환경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영화 <미안해요 리키>, 켄 로치 감독, 크리스 히친, 데비 허니우드 출연
놀라울 정도로 우리와 비슷한 택배 노동자들의 삶을 보여 준다. 행복한 가정을 이끌어가고 있는 리키는 택배 회사에 다니게 된다. 리얼리즘의 거장인 켄 로치 감독답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그대로 보여 주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데도 조금도 좋아지지 않는다. 왜일까? 원제가 "Sorry, we missed you." 이다. 우리는 지금 누구를 놓치고 살아가고 있는 걸까?
책 <오늘, 내일, 모레 정도의 삶>, 임상철, 생각의 힘
노숙인, 홈리스 등으로 불리는 이들의 삶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다 더 이상 살아가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 <빅이슈>라는 잡지를 알게 되어 홍대 전철역 앞에서 <빅이슈> 판매원이 된 작가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그는 잡지를 팔며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엽서를 써서 잡지 뒷면에 끼워 넣었다. 그 52통의 편지 하나하나가 현재 우리 노동자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2. 택배가 나에게 도착할 때까지의 과정을 알고 있나?
3. 당일 택배에 대한 당신 생각은?
소비자의 권리 vs 택배 노동자들의 희생
4.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