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의 끝

by 늘서

[목이 말라...]

나는 보았다. 더 정확히는 그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물 좀 주세요.]

그것은 참 싱그럽고, 어여쁘다.

식물엔 관심도 없는 내가 혹할 정도였다.

꽃도 하나 없어서 화려하게 이쁜 것은 아니었으나

분명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데려온 이유는 분명하다.



[저는 메말라 가고 있어요.]

내게 이것을 포장해 주던 직원은 한참을 이것의 특징을 설명해 주었다.

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하나였다.

푸릇한 파스텔 빛의 잎사귀가 햇빛을 많이 받을수록 붉게 물이 든다고 했던 말이.



[저에게 숨을 쉴 수 있는 환경과 성장을 위한 물을 주세요.]

그 말이 사실인 듯 초록빛 독특한 문양엔 고운 분홍색이 살짝씩 들어있었다.

분홍색이 진해질까? 아니면 정말로 빨갛게 물이 들까?

궁금하고 설렌다.

그러니 진심으로 이것의 성장을 기원하는 바,

한참을 고심한 끝에 내가 가진 공간에서 제일 햇빛이 잘 드는 창가자리로 기꺼이 옮겨주었다.



[너무 더워. 목이 말라. 뜨거운 햇빛에 내 뿌리가 공격받고 있어요. 살려주세요!]

분명 만 하루가 다 지나기도 전이였다.

갑자기 습관적으로 보게 되는 창가엔 쑥쑥 자라기를 기원했던 그것이 잎사귀를 축 늘어뜨려놓은 채

햇빛 속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저는 죽어가고 있어요.....]

뭐지? 얘 왜 이러지? 물이 부족한 건가?

당황스러워 물을 흠뻑 부어주었다.

얜 원래 이렇게 물을 많이 먹는 앤가? 포장해 올 때 이미 물 준거 같았는데...

부족했을 물 많이 먹으라고 정말 가득 주었다.

유리컵 속 하얀 뿌리가 모조리 물에 잠길 만큼.

이렇게 많이 줘도 되는 건가?

계속적인 의문은 해소할 길이 없다.



[너무 잠이 와요......]

물을 가득 주었음에도 싱그럽던 이파리가 축 처진채 좀처럼 회복을 하지 못했다.

어여쁜 분홍빛은 이제 보이지도 않는다.

왜? 왜? 무엇이 잘못된 거지?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거지?

나는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

회복에 시간이 필요한 줄 알고 이틀을 기다렸다.

기운 좀 내라고 부득불 영양제도 섞어주었다.

그럼에도 아침에 보니, 그것은 제 줄기의 모든 잎사귀를 다 떨구어버렸다.

바닥에 널브러진 이파리는 죄다 메마른 채였다.

마치 물이 부족한 것처럼.

그러나 컵 안에는 여전히 연노랑 빛의 물이 가득했다.

유리컵 속을 자세히 살펴보니, 덩그러니 담겨있는 하얀 뿌리가 검게 물들었다.

만져보니 흐물거린다.

물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러니 알게 되는 것이다.

이것의 죽음을.

나는 여전히 이것의 이름조차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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