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표 잃어버린 이야기
오늘도 느지막이 일어나 도서관에 왔다. 얼른 도서관에 가라는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온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게으르게 살아서 서울대학교에 돌아가서는 어떻게 공부할 지 나는 그것부터가 걱정이다. 우선 일찍 일어나기라도 해야할텐데,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게을러진건지 내 자신이 한심할 때가 많다.
이것저것 공부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 도서관에 왔다. 여느 때처럼 노트북실 대기표를 뽑고 내 차례를 기다린다. 삐빅. 스마트폰이 울린다.
"5분 이내로 자리를 배정 받으세요."
나는 서둘러 대기표 뽑는 기계로 간다. 아뿔싸. 그런데 아까 기계에서 뽑았던 종이 대기표가 없다.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애써 짐들을 챙겨 도서관에 왔는데 허무하기 그지 없다. 오늘은 꼼짝없이 대기실에서 공부해야 한다. 억울함이 몰려온다.
내 앞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은 내가 못 들어가니 순번을 이어 받아 노트북실에 들어갔다. 노트북실에 들어가야 집중도 잘되고 공부도 잘되는데. 도대체 내 대기표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아까 분명 잘 넣어두었는데.. 일분일초가 절박한 이 순간에 이렇게 난 또 대기표를 잃어버리고 만다.
대기실에서라도 열심히 공부해야지. 방법이 없다. 이곳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다. 몇 일 전부터 계속 보이시던 아주머니도 계신다. 아예 대기실에 자리를 잡으신 모양이다. 대한민국에 이렇게나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니. 도서관에 오면 늘 새삼 느끼게 된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나이가 서른 두살이지만 여전히 공부하는 나는 대체 뭘까? 스스로 반문한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아직도 시련과 고난이 나를 괴롭힌다. 이제 그만 괴롭히라고 말해보지만 역경은 나를 떠날 생각을 않는다. 이제 제발 나를 떠나 날아가렴. 나는 힘들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