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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연솔 May 24. 2021

형체 없는 그리움

너무나 잔인한 감정

  보고 싶어 애 닳는 마음으로 밤길을 달리다 엉엉 울었다.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아침이 밝아오면 다시 눈물이 흘렀다. 너무 보고 싶은 마음은 내겐 잔인한 그리움이었다. 감정이 느껴지는 게 너무 나도 잔인했다. 가슴 위로 그리움이 사정없이 난도질을 했다. 너덜너덜해진 가슴을 안고 차마 울음도 내뱉지 못하고 숨죽여 울었다. 숨이 막힐 때쯤 가만히 불러보았다. 형체 없는 그리움의 이름 '엄마'.

  나는 그녀가 너무너무 보고 싶다. 보고 싶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보고 싶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이것을 말할 수 없다. 그저 혼자서 가만히 불러볼 뿐이다. 그마저도 소리 내어 불러본 적 없다. 엄마가 없는 이후로 엄마가 너무 그리웠지만 어디에 대고 말해본 적 없다. 늘 혼자서 그리워했다.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오랜 시간 묵혀놨던 감정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 무서웠다. 감당 못할 감정은 차라리 꺼낼 수도 없게 꽁꽁 묶어두는 편이 낫다고. 억지로 피했다. 사진도 보지 않은지 꽤 됐다. 엄마의 마지막 목소리가 녹음된 파일도 일부러 재생하지 않았다. 엄마의 목소리도 향기도 기억나지 않는다. 심지어 얼굴도 기억나질 않는다. 어쩌다 사진을 꺼내어 보면 엄마가 아닌 것 같다. 나는 과연 엄마를 알고 있었는가.

  엄마와 함께 오래오래 살았다 하더라도 행복할 것이라는 전제는 없다. 치고받고 싸우고 모진 말을 내뱉고 상처 주고 살기 싫다 발악했을 것이다. 어떤 날은 엄마랑 같은 하늘에 있기 싫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내가 잘할 거라는 자신도 없으면서 왜 나는 그리워하는가.

  나는 엄마를 사랑했으니까. 이게 나의 진심이다.  세상에 내가 가장 증오한 여자 그리고 가장 사랑한 여자. 때로는 나의 원수이자 때로는 나의 친구 때로는 나의 선생님. 가장 강했으나 가장 가냘픈 사람. 형체 없는 잔인한 감정들을 가장 많이 느끼게   사람. 잔인하게 바람처럼 떠나버린 사람. 너무나도 보고 싶은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 엄마. 하늘에선 아부지도 만나고, 험한 일도 하지 말고, 하고픈 공부도 하면서 평안하기를. 엄마가 해줄 것은 오직 그것뿐이니 여기는 신경 쓰지 말고 영원히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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