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리와 버드

정원 속에 피어난 성장통으로부터 새는 비상한다

by 코울필드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12살 소녀 '베일리'와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남자 '버드'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해.


찰나의 만남이 영원한 기억으로 남는 순간을 함께 해보자.


영국 켄트의 황량한 풍경 속, 12살 소녀 '베일리'는 철없는 아빠 '버그'와 방황하는 오빠 '헌터'의 사이에서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어. 그녀의 아빠 벅은 결혼준비와 돈벌이에 정신이 팔려 자식들에게 제대로 된 관심을 갖지 못하고, 그녀의 오빠 헌터는 자경단 무리와 어울리며 폭력적인 행위들을 반복해.


혹시 너도 불행한 유년 시절을 겪었다면 베일리의 삶에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될 거라고 생각해. 베일리와 네가 알고 싶지 않았던 현실을 남들보다 이른 시기에 마주한 건, 붕괴되고 뒤틀린 사회가 낳은 결과물 일뿐, 너의 잘못이 아니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작은 희망을 애타게 찾고 있었을 거야.

베일리 또한 마찬가지였어.


갑작스러운 아빠의 재혼과 오빠의 방황으로 인한 불확실한 삶 속에서 몸부러치던 베일리는 동네 채석장 위를 배회하고, 휴대폰으로 새들의 비행을 찍으며 자유를 갈망해. 그리고 그녀는 집 밖으로 나와 방황의 시간을 겪어.


그러던 도중, 베일리는 '버드'라는 남자와 기이하고도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 돼. 높은 곳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의 모습에서 특별함을 느낀 베일리는 그에게 호기심을 품게 되고, 버드는 나긋하고도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해.


버드는 오래전에 헤어진 가족을 찾으러 떠도는 신세였지만, 꺾이지 않는 의지와 확신에 가득 찬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어. 버드의 부드러운 강인함에 매료된 베일리는 그를 돕기로 결심해.


버드는 그런 베일리의 눈빛을 지긋이 바라보며 "Don't you Worry"라는 말을 하는데, 그 말 한마디가 베일리에겐 큰 위로가 돼.


참 간단한 말이지만, 힘들고 복잡한 세상과 대비되지 않아?

모래알 속에서 진주를 찾아내듯, 이 따뜻한 말 한마디가 너에게 주는 울림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가 되어 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진주를 찾는 일을 포기하지 마.


함께 버드의 가족을 찾는 여정 속에서, 그들은 동네의 숨겨진 구석구석을 탐험하게 돼. 도로 옆 들판, 해변의 흙 색 물결, 노란색 버스정류장, 아이들의 웃음소리 등. 이와 같은 풍경들은 삭막하고 암담한 모습의 켄트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줘.


너의 일상에서도 마법 같은 경험을 마주하는 순간들이 있었을 거야.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윤슬, 교차하는 신호등의 불빛, 여름을 알리는 매미소리, 볼에 스치는 낙엽, 버스 창가에서 바라보는 풋여름의 생동감..


우리는 일상의 작은 순간들 속에서도 큰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어.

그리고 이러한 마법 같은 순간들이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해 줘.

밝은 색을 표현하기 위해서 검은색이 필요하듯이, 인생에서도 한 가지 색만 존재하란 법은 없어.


베일리가 마주하는 현실의 모습이 아름답게만 그려지지 않지만, 그 고통 속에서 그녀는 조금씩 성장하고 변화해. 버드와의 만남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막막했던 세상의 현실에서도 가능성과 작은 희망을 엿볼 수 있게 된 거야. 그들은 자유로움과 위태로움 속에서 줄을 타며 새로운 챕터로 나아가고 있어.


베일리와 철없는 아빠가 스쿠터를 타고 동네를 질주하는 모습, 버그가 동네주민들과 콜드플레이의 Yellow를 부르던 모습 등 영화는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살아 숨 쉬는 노래와 숨결들을 추억하며 따뜻함을 심어줘.


삶은 어디에서나 존재해.

우리는 그 안에서 항상 사랑해 왔어.

어둠 속에서도 애써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온거야.

인생에 명과 암이 존재하듯, 베일리와 버드의 여정 또한 희망과 좌절을 반복해. 버드는 자신의 부모님을 찾는 데 성공하지만, 친부가 자신이 세상 밖으로 나온 후 잠적했다는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알게 돼. 반면 베일리는 자신의 어머니가 폭력적인 남자와 함께 동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친부가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은 어린 동생들을 책임지려 해.


돌봄 받지 못했던 베일리가 되려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을 돌보려 하는 모습이 참 안타깝고도 기특하게 느껴져. 자신에게 결핍된 것을 남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 행위에서 우리는 또 다른 희망을 바라볼 수 있어.


냉혹한 동화 속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이야. 버드는 새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베일리를 폭력의 현장으로부터 구원하고, 이내 사라지게 돼. 이별의 슬픔 속에서 그녀는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날갯짓을 하게 될 거야. 버드는 그녀의 마음속에서 한 줄기 희망으로 자리 잡을 것이고, 켄트라는 동네의 둥지 속에서 나올 준비를 마쳤어.


누구나 도약을 위한 준비과정이 필요하지 않겠어?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흔히들 말하잖아.

어느 방향으로 날아갈지는 너의 선택에 달렸어.

그 이후부터는 바람에 네 몸을 온전히 맡기는 거야.


베일리의 오빠 헌터와 그의 아버지 버그는 미성년 때 아이를 낳은 부모야. 영화는 미성숙한 그들의 사랑과 사회의 구조를 질타함과 동시에, 출산 후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윤리적인 문제까지 다루고 있어.


앞서 버드의 친부는 그를 출산함과 동시에 버렸지만, 철부지 베일리의 아빠 버그는 충분한 관심을 주지 못했을지언정, 끝까지 헌터와 베일리를 포기하지 않았어. 영화의 후반부에서 헌터가 자신의 아이를 책임지려 하자, 아버지인 버그가 아들인 헌터에게 한 마디 하는 장면은 영화의 리얼리즘을 관통하는 대사이자 장면이야.


"너를 낳은 것은 후회하지 않지만, 많이 힘들었다."


사랑은 그저 사랑이 아닌 책임의 또 다른 말이며,

그 책임이 빈곤한 삶 속에서 얼마나 버거운 것인지, 우리는 부자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어.


베일리가 버그의 재혼 예식장에서 그토록 입기 싫었던, 아빠가 원하는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장면에서 무책임한 아빠의 행복마저 이해하는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어.


그토록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미성숙한 사회 속에서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그녀의 성장 스토리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것 같아. 그녀의 성장통은 누구보다 아팠지만, 그만큼 더 강한 날갯짓을 할 수 있게끔 만든다고 믿어.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따뜻한 눈물을 흘리며 마법 같은 위안을 찾는 순간, 우리는 비상할 수 있지 않을까?


정말 아름답지 않니?
뭐가요?
오늘.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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