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세요?

별 볼일 없는 어느 오후

by Planful세정

"사장님, 오늘 약속했던 사람입니다."

2월 어느 오후, 서울 출발행 단체 여행객 숙소 예약을 위해 부산을 좀 아신다는 분이 프렌풀 현장 답사를 오셨다.

한 달에 한 번 여행 다니는 단체라 했다.

40여 명 이상의 인원이 버스로 온다고 한다.

잠은 조용한 가덕도에서 자고 싶다고 했다.
그야말로 가덕도는 조용함이 최대치!
우리 프렌풀에서는 다 모시기는 어려워 옆의 다른 펜션도 알아보시라 했다.

가덕도 천성항의 노을은 소박하게 예쁘지만,
다대포의 노을은 광활하게 아름답다.
다대포에서 늦게까지 있다가

가덕도에는 잠만 자러 온다고...

아침 8시 반경에 출발 예정이라 했다.
'잠만 잘 건데 굳이 여기까지......'
오시겠다는 정성이 대단하다.

여행 인원이 확정되면 연락하시겠단다.
" 블로그에 있는 사진보다 진짜 더 좋아요"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시고 다음을 기약했다.

할 일이 없어진 이모와 난 동네 산보를 나갔다.
어슬렁어슬렁,

느릿느릿 걸어서 천성항까지 내려갔다.
온 김에 편의점 들러 1+1 음료수를 사고,

과자도 샀다.

"야, 보리차 물을 뭣하러 사냐?"
이모는 사는 것은 질색이시다.
"자본주의 물맛을 이모가 알아?"
한 모금 마셔보더니 감탄을 쏟는다.
"이야! 달큰하네"

저만치 매화는 꽃망울을 터뜨리고, 밭가에는 검은 비닐로 덮인 비료들도 보기 좋게 쌓여 있었다.

마침, 길 입구에 있는 로망스 아귀찜 가게 건축주 사장님이 보였다.

아귀와 로망스가 참 안 어울린다고 매번 생각한다.

"사장님! 뭐 하세요?"
사장님의 오라는 손짓이 멀리서도 보였다.
화단에 흙을 채워 놓으시고, 또 하수구 뚜껑도 확인하시는 중이셨다.
왔다 갔다 일하시는 주위를 기웃거리다 발길을 돌렸다.

저기서 또 산불감시에 열심인 아저씨가 농담을 던지신다.
내 취향의 농담이 아니라서 대답은 미루었지만 입담 좋은 이모는 재미있게 맞받아 쳐주신다.

몇 발자국 떼니, 옆 펜션도 둘러보러 간 손님과도 마주쳤다. 아까 처음 본 분임에도 불구하고 친한 친구 만나듯 반가이 인사했다.

하릴없이 동네 한 바퀴 돌아다니며 오후를 보냈다.
꽃도 보고, 사람들도 마주치고, 좁은 길도 걷고, 넓은 차도도 건너서 펜션으로 돌아왔다.


조용히 봄을 준비하는 가덕도 사람들!
나를 동네 주민인 듯 받아주시는 듯한 느낌 외는 아무 별 볼일 없는 오후 시간이었다.

그 누구든,

어느 하루쯤,

별 볼일 없이 어슬렁어슬렁 느릿느릿,

그 어딘가를 산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봄 볕이 부드럽고, 또 매화는 예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