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

by pyj

중추신경계의 시상하부(hypothalamus)는 식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탐(gluttony)은 단순한 생리적 배고픔과는 다르다. 이는 음식에 대한 과도한 욕망이며,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무언가를 탐하는 ‘가짜 식욕’과 맞닿아 있다. 몸이 필요로 하는 열량을 채우려는 것도 아닌데 이것저것 먹어 치우고, 맛있지도 않은 음식을 자책과 분노를 섞어 억지로 밀어 넣는다.


우울은 지겹도록 사람을 따라다니며 다양한 방식으로 신체화된다. 우울증 환자의 60~80%가 5~10년 내 재발을 경험한다고 한다. 초기 치료로 80% 이상의 호전을 보인다고 하지만, 스스로 병원을 찾지 못하는 사람은 65~75%에 이른다. 그래서 이들 중 일부가 심리적 허기를 달래려 음식을 반복해서 찾는다. 배고픔이 아니라 공허함을 채우려는 행위다.


방송에서는 하루 1만 칼로리를 먹으며 돈을 버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비만한 몸은 우스갯거리로 소비된다.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과 함께 또 다른 음식이 권해진다. 그러나 그 이면의 외로움과 상처는 잘 보이지 않는다.


식탐은 라틴어로 Avaritia로, 이는 ‘인색(吝嗇)’을 뜻하며 이미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과도한 욕망을 부리는 상태다. 음식 또한 그 대상이 된다.


도란도란 음식을 나누면 식구가 되고, 지나간 시절의 음식은 추억이 된다. 아픈 이에게는 음식이 약이자 위로가 되기도 한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는 속담처럼, 음식은 기쁨이자 행복이며 추억이고 즐거움이다. 그래서 허기와 우울 속에 있는 사람들은 즐거웠던 추억에 기대어 음식을 찾는다. 함께 먹어줄 사람도 없이 멈추는 방법도 모른 채...


대한민국은 지금 ‘혼밥’의 시대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20대의 31%가 하루 두 끼 이상을 혼자 먹는다고 보고했다. 이 논문에서는 하루 한 끼 이하로 혼밥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두 끼 이상 혼밥을 하는 사람들의 우울 수준이 약 세 배 정도 높았다고 하였다. 이는 혼자 하는 식사가 주는 정서적 허무를 씁쓸하게 보여준다.


含哺鼓腹(함포고복), 배부르게 먹고 배를 두드리며 즐거워한다는 뜻이다. 물리적으로 가난하던 시대에는 먹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심리적 가난의 시대를 살고 있다. 오늘 하루, 배가 아니라 마음을 두드릴 수 있으려면 함께 웃으며 식사할 누군가를 곁에 두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음식에 대한 탐욕을 치유하는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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