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만 4500억을 썼지만 급속히 번지고 있는 전염병 "외로움"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연간 고독사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21년 3,378명, 2022년 3,559명, 2023년 3,661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나무위키에 표기된 정의에 의하면 고독사란 "사람이 주위에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 죽는 것"이라고 한다. 태어날 때는 최소한 1명과 함께 하지만 죽음은 오롯이 혼자 맞이하는 것이 고독사라는 것이다.
로빈 휴잉스는 “외로움(lonliness)과 고독(solitude)은 다르다”며 외로움은 사회적 관계의 이상과 현실이 다를 때 발생하는 부정적 감정이라고 하였다. 국회에서도 2020년에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고독사예방법)을 제정하며 지자체를 중심으로 외로움이 고독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정책을 만들어가고 있다.
비벡 머시(Vivek Hallegere Murthy)는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보고서 ‘외로움과 고립감이라는 유행병’ (2023) 연구를 통해 외로움은 조기 사망률을 26∼29% 높이며 심장병 위험도 29%, 뇌졸중 위험도 32% 커진다고 하였다. 이는 신체적인 건강에 대한 위협을 설명하고 있지만 외로움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이며 가장 참혹한 자기 학대를 일으키기도 한다. 실제 우울증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5년 동안 항우울제 처방건수가 총 10만 5838건이고 이들 중 60세 이상 노인에게 45.7%인 4만 8349건이 처방돼 노인의 외로움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청년층도 다르지 않다. 2023년 통계 자료에 의하며 전체 자살빈도는 60대(13.6%), 50대(12.1%)에 이어 10대(10.4%)가 3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서도 만성적인 외로움은 뇌의 구조에 영향을 주며 알츠하이머를 포함한 치매, 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환과 연관이 있다고 하였다. 산업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 외로움이 오히려 인간을 퇴행시킨다는 것은... 인간은 사회적 본성을 거스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어쩌다 사회적 동물의 대표적인 영장류였던 인간이 혼자 생존하는 개체가 되었을까? 사회적 가치가 개인주의(個人主義, individualism)로 변화하며 생긴 결과인지, 산업화에 따른 전통적 가치가 사라지면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인지 알 수 없지만 2023년도 1인 가구가 782만 9,035으로 전체의 35.5%를 차지하는 현 대한민국은 "외로움"이라는 바이러스의 최상의 숙주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는 무엇을 향해 살아가는 것일까? 철학보다 과학이 중요한 시대라고 하지만 지금의 사회는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고찰과 탐구가 필요하다. 편의성과 실용성, 효율성만을 추구하기에는 인간은 기계가 아닌 감성과 가치를 가진 철학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길을 잃지 않아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도 길을 잃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