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단 현상은 미국 심리학자 William James가 처음 언급되었고, 브라운(Roger Brown)과 맥닐(David McNeil)에 의해서 ‘tip of the tongue’이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었다. 우리말로 "혀끝에 맴돈다"는 이 용어는 알고 있는 것들이 연상은 되어도 정확한 언어로 표한하지 못하는 것이다. 긴장하거나 불안도가 높을 때, 아니면 정확한 단어를 생각하기 위한 기억에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흔한 현상이다.
조금 다른 개념으로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 bystander apathy)라는 것이 있다. 구경꾼효과라고도 하며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 현상이다. 이는 내가 어떤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오는 이득과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는 도와주겠거니 하는 심리적 원인에서 기인한다.
이 두 개념 중 설단현상은 개인에게 맞춰진 것이며, 방관자효과는 좀 더 사회적인 현상을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설단현상을 겪은 당사자는 몹시 답답함을 느낀다. 혀끝에서 맴도는 그것을 찾으려 한참을 생각하거나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한다. 반면에 방관자 효과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초초함과 더불어 자기 합리화에 보다 적극적이다. 지켜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욱 심해지며, 도움을 주더라고 행위로 옮기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개인주의와 자기보호주의가 강해진 현대 사회에서 방관자 효과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우리는 떠오르는 것들을 말하거나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집단 설단현상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놀이터에서 흡연을 하는 청소년도, 주변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도, 무단투기를 하는 철없는 어른들도... 누구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 이것은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나서리라는 방관자 효과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할 말을 잃어버리게 만든 사회적 설단현상인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