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청소년 시절은 장국영의 시대였다.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린 그의 영화를 늘어져라 돌려보며 언젠가 어른이 되면 장국영을 만나러 홍콩에 가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 시절 나의 영웅이 거짓말처럼 24층에서 뛰어내렸을 때에도 언젠가 빅토리아 해변에 남겨진 그의 흔적을 만나러 가리라는 나의 소원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서른이 훌쩍 넘어 그 시절의 영웅을 만나러 홍콩의 해변으로 향했다. 그때, 빅토리아 해변 바닥에 이름만 덩그러니 새겨진 핸드프린팅을 보며 또 얼마나 가슴이 울렸던지... 그리고 40이 훌쩍 넘어 또다시 그를 만나러 그 해변에 갔었다. 하지만 그날의 나는... 그를 만나지 못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틈 없이 꽉꽉 차인 인파 속에서 내 유년의 영웅은 쉽게 나를 반겨주지 않았다.
나에게 홍콩은 조금은 지저분한 거리 속에 마음만은 따스한 거친 남자들이 가득한 영웅의 도시였다. 물론 다시 찾은 홍콩에는 더 이상 영화는 없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따뜻하고 거리는 온화했지만, 홍콩은 더는 나의 상상을 품어주지 않았다.
과거를 머물고 싶었던 나는 미래로 향하던 도시에 조금은 실망하며, 언제나 영웅을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그리움만 남긴 채 짧은 여행을 끝냈다.
그래도 홍콩은 여전히 또 다른 영웅을 품고, 또 다른 어린 가슴들을 설레게 하는 도시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