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윽하고도 평안하기 그리 쉬운가...
signal ↗↘
엄동설한에도 아이와 항아리는 얼지 않는다죠. 어린 날 땅속 항아리에서 어미가 꺼내와 서걱거린 채로 그릇에 담아주었던 김치맛을 기억하는 한, 겨울의 맛은 죽지 않을 것이고요.
코끝이 루돌프보다 빨개지는 것도 모른 채 들뛰던 유년의 겨울놀이를 잊지 않는 한 겨울이란 계절도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우리 삶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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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이소라- 바람이 분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요조 窈窕하기를 바라는 건 의아한 일. 왜냐하면 그건 뭐 교양이나 인격에 관한 게 아닌, 전시적 행정효과 같으니까요.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제 앞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뛰노는 아이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그런 유년이 계속되는 한 인류의 명랑은 얼마나 광적으로 폭발하겠냐는 것이죠.
그렇게 얼지 않고 경직되지 않고 주눅 없는 아이들이 부러워서 한참을 바라보다 눈사람처럼 얼어버리기도 하는 날.
돌아오면 우리에게도 한사코 만류하지 못하던 미친 시절이 있었을 테니 그 안에 분명 의리나 우정이나 희생적 투사 같은 시간이 있었을 겁니다.
"사랑에 미친다는 건 말이 중복돼 있다 사랑은 이미 광기"라고 했던 시인 '하이네' 얼마나 낭만적인 가요.
엄우흠의 첫 소설 <감색 운동화 한 켤레> 첫 장에 쓰여있던 " 목숨 건 사랑이 있고 목순 건 사상이 있었다"는 말이 징그럽게 좋아서 한동안 품고 다녔던 시절도
"너의 광기로 하여금 너의 이성을 감시케 하라.."던 <자크 라캉>을 존귀하기도 했고... 물론 여전히 그 마음은 동결돼 있지만 나만 변절하고 나만 늙어버린 것 같은 조신한 삶이 참 재미없습니다.
소금 없이 끓인 국밥처럼, 그래도 그 밥을 먹어야만 하는 생존의 현장처럼 말이죠.
시베리아 횡단열차 앞머리에서 두 팔 벌려 바람을 맞으며 기관사 아저씨의 손사래를 받으면서도 동토의 찬바람이 그리 좋기만 하더니, 그 많은 순수의 광기는 어디로 가버린 것입니까. Bom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