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오프닝처럼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해

by 봄작

시간이 허락된다면 정승처럼 고고하게 돈을 벌어 하루아침에 개처럼 써버리는 여행자가 되고픈데 지구에선 그 반대가 정법으로 통합니다. 빨리 벌어서 천천히 써보라고..

가장 좋은 건 금전을 주고받지 않고도 흡족하게 먹고 걷고 잠들 수 있는 나만의 샹그리라에 사는 것입니다. <어린 왕자>를 짓기 전의 생텍쥐페리가 <인간의 대지>에서 읊은 것처럼 “저 나무들, 저 꽃들, 저 여인들, 저 미소들, 우리들에게 주어진 평범한 것들의 합주(合奏),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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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어느 날 상점 가득 진열된 상품들을 보고 "내게 필요 없는 것들이 저렇게 많다니..." 하며 감탄했다고 합니다. 철학을 잠시 전공할 때도 전혀 그렇지 못했던 나는 다만 부러웠습니다, 언제쯤 고대 그리스인 같은 경지에 이를까.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한 그건 미션 임파서블일 테고 우린 언제나 지금처럼 전전반측하며 급급하게 살아가겠죠. 작가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만들어낸 유토피아 샹그리라 Shangri-La는 중앙아시아 쿤룬산맥 서쪽입니다. 지상낙원이 서쪽이라는 게 마음에 들지요?

먹는 것과 금은보화가 가득하다 하지만 그곳이 낙원인 이유는 나눠먹고 사유하지 않고 질투와 시기를 갖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마음속의 해와 달"이란 뜻의 티베트어 샹그리라의 어원은 부처가 이상향으로 꼽은 샴발라 Shambhala, 香巴拉에서 시작됐다 들었습니다. 내 안에 달을 품을 만큼 내 가슴이 넓디넓다면 품어줄 게 많을 겁니다. 아니, 무조건 다 안아줄 겁니다.

지루한 반복도 지겨운 아픔도 지난한 인생까지 모두..

그것들을 마음에 담고도 세상이 아름답게 보일 수 있을까, 그런 샴발라가 가능할까 생각해 보다 다시 생텍쥐페리의 샹그리라를 복기하며 가슴에 손바닥을 댔습니다.

"인간이 된다는 건 바로 책임을 지는 것이야. 그것은 자신과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는 비참함 앞에서도 부끄러움을 느끼는 일이지. 동료들이 거둔 승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일이기도 하고."


경쟁의식을 잃은 지 오래고 그런 것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연대기가 형성된 삶이지만 대지 위에서 부끄럽지 않을 인간이 되고픈 영원한 숙제이자 난제에 건배. Bo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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