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야기
다섯 살 둘째의 손을 잡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밤사이 서늘해진 공기가 아직 채 가시지 않아
축축한 시원함이 피부에 기분 좋게 닿는다.
친절한 기사님께서,
내 아이가 서 있는 그 위치에 문을 딱 맞추어 세워주신다.
크게 티 나지 않는 이런 친절이,
감정 기복이 심한 내겐 뜻밖의 울컥함으로 다가온다.
물론 이 평화롭기까지는 전쟁이 있었다.
나가기 싫다며 떼쓰는 아이를 달래고,
오는 길에는 하수구를 밟고, 개미를 쫓고,
저 멀리 보이는 쓰레기를 확인하러 뛰어가는 아이를
기다리고 말리고 결국 끌고 오는 데에
체력의 70%는 썼다.
하지만 기사님의 배려가
툭,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힘내요, 괜찮아요’ 하고.
아이를 자리에 앉히고, 교통비를 내려는데...
카드가 없다.
순간, 얼굴이 화끈.
지갑 속 현금을 확인하자 반가움도 잠시,
버스에 현금통이 없다!
이체가 가능하다는 기사님의 안내에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버스에 게시된 계좌를 찾아 이체를 마친다.
버스를 몇 년 만에 탄 것도 아닌데,
늘 습관처럼 카드를 찍고 타기만 했던 나는
그동안 변한 풍경을 보지 못하고 있었던 거다.
버스에 앉아 조잘거리는 둘째를 바라보다
아이의 손끝이 시야에 들어왔다.
손톱이 길다.
‘아차차, 깎아주기로 했었는데…’
또 잊었다. 또 까먹었다.
"내가 또 정신없이 살고 있구나."
익숙한 자책이 올라온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예전처럼 자신을 미워하기보단
조금씩 이렇게 말하려 노력한다.
그래,
나는 오늘도 나를 안아주는 연습을 하고 있어.
조심성 없고 실수투성이지만,
그래서 더 나에게 너그러워지려 한다.
그래서 손바닥에라도 적어놓자.
‘손톱 깎아주기’
완벽하진 않지만,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를 이해하고,
나를 품어주고,
그래서 내 아이를 조금 더 따뜻하게 안아주는 하루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