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야기
"개미 밟지 마! 불쌍하잖아~"
나의 외침은 닿지 않는다.
다섯 살 둘째의 발에 이미 밟혀버린 개미에게 미안할 틈도 없이,
아이는 다음 개미를 찾아 종종걸음으로 달려간다.
나는 개미의 생명을 걱정하는 동시에,
무심코 내 발에 밟혀 죽었을 개미들도 생각난다.
땅을 보지 않고 걷는 나의 무관심도 다를 건 없지.
하지만 아이의 토실한 발이,
순진한 얼굴과 대비되어 이상하게 더 잔인해 보였다.
"어! 콩벌레다!"
이번엔 타겟이 바뀌었다.
아이는 쭈그려 앉아 산책로 위 콩벌레를 집어 든다.
"제발… 죽이지 마."
이번엔 내 말이 닿은 걸까.
아이는 조심히 콩벌레를 풀 위에 내려놓으며 말한다.
"콩벌레는 죽으면 안 돼. 그러니까 여기 놓아야 해."
조금 전까지 무자비하게 개미를 밟던 아이였는데,
나는 잠시 멈칫했다.
"개미는 죽여도 되고, 콩벌레는 안 돼? 왜?"
신이 나서 앞서가는 아이는 엉덩이를 흔들며 말한다.
"콩벌레는 눈이 밑에 있어서 안 무서워. 개미는 무서워. 그래서 죽이는 거야."
엉뚱하고 허탈한 논리.
'그게 무슨 말이야.... 다 똑같은 생명...인데...'
하지만 나는 그 말에 잠시 멍해졌다.
무서워서 죽이는 것.
그건… 나도 그렇다.
거절이 무서워 죽여버린 내 욕망,
아이가 상처받을까 두려워 죽여버린 내 감정,
신랑과 부딪힐까봐 삼켜 죽여버린 내 솔직함.
그리고 결국,
세상에서 가장 쉽게 공격할 수 있었던 '내 안의 나'를 수없이 죽여가며
나는 안전해진 척,
무너지지 않은 척 살아왔다.
그런데 그건 보호막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갉아먹는 자책의 덫이었다.
콩벌레 하나를 풀 위에 내려놓는 아이의 손을 보며 생각한다.
세상의 작은 생명도 이렇게 소중하다면,
내 안의 나 역시 그렇게 소중하지 않을까.
이건 단순한 육아의 순간이 아니라,
내가 나를 죽이지 않기로 다시 한번 다짐하는 순간이다.
나의 기분대로 살겠다는 이기심이 아니라,
내 마음을 밟지 않겠다는 연습.
콩벌레도 살리고, 나를 살리는 연습.
오늘도,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