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입니다
나는 이들과 함께 바람에 흔들리는 시간이 좋다.
생김새도 키도 모두 다른 우리를,
바람은 단 하나도 차별하지 않고 골고루 스쳐간다.
까르르, 크크큭, 허허허.
흔들림의 크기만큼 다르게 터지는 웃음소리들.
킥보드를 타고 달리던 아이가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본다.
20리터 봉투 한 가득 장을 본 엄마가
종종걸음으로 아이를 따라오고 있다.
그 사이 옆에서 후드득 우리가 흔들린다.
자그마한 손이 바람의 반대 결로 우리를 쳐낸다.
엄마와 보조를 맞춘 아이는 다시 킥보드에 발을 올린다.
정신없는 머리 위로 잠자리가 낮게 날아든다.
‘저기, 잠자리채 든 아이 있다. 조심해라.’
들리지 않을 경고를 날리며 하늘을 본다.
켁켁, 어디선가 연기가 스며든다.
헬멧을 벗어 놓고 담배를 무는 아저씨.
더운데 고생 많으시네요.
바람아, 조금만 더 불어주렴.
저 아저씨의 숨겨진 속까지 시원히 털어낼 수 있게.
우리도 너그러이 이 연기를 넘길 수 있게.
팔랑팔랑,
연노랑 날개를 부지런히 퍼덕이며
나비가 스쳐 간다.
"어제 그 아이는 아니네? 여행 중이니 잘 놀다 가렴."
까르르 깔깔,
긴 머리 휘날리며 뛰어오는 소녀들.
낭랑한 웃음이 박수처럼 퍼진다.
우리 머리에 앉은 그 아이들의 웃음이
또 한 번 바람을 데리고 온다.
솜털 하나하나 곱게 닿는 햇살에
오늘도 감사하여라.
흙탕물 튀었던 어제도,
말라 꺾일 내일도, 감사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