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입니다
"내가 톱으로 너 몸을 잘라버릴 거야!"
내 가방을 발로 툭툭 차던 인후가 멈췄다.
눈 끝이 축 처지더니 금세 눈물이 맺혔다.
"너 선생님한테 이를 거야!"
인후는 울먹이며 돌아섰고 나는 가방을 주워 털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레인보우 프렌즈 블루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엄마는 내 앞에 앉아 깊게 숨을 내쉬었다.
나를 보는 눈이 마른 나뭇가지 같았다.
나는 엄마가 안아주는 게 제일 좋은데 잘 안 해준다.
차라리 소리 지르거나 꿀밤이라도 때리면 좋겠는데, 그마저도 안 한다.
그래서 나는 아무 만져짐도 없는 내 자리로 돌아간다.
물컵 옆엔 학교에서 준 종이가 놓여 있었다.
이젠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안다.
“위기학생”
그게 나다.
내가 위기인 걸까, 내가 있어서 반이 위기인 걸까.
그건 잘 모르겠다.
긴 머리에 예쁜 담임 선생님을 보면
나는 강아지가 된 것 같다.
선생님은 내가 웃으면 머리를 쓰다듬고,
화를 내면 움츠러들었다.
나는 목줄이 필요한 걸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아무한테도 말 안 했지만 내 마음엔 늑대가 산다.
언제 들어왔는진 모른다.
이제는 기억에 희미해진 아빠가 엄마를 때렸을 때도 조용했고,
내가 동생들과 싸울때 엄마가 던진 컵이 깨졌을때도 그 늑대는 깨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1년 전, 유치원 발표회에서 처음 깨어났다.
나는 줄 잘 서는 게 좋다.
선생님이 “줄 서세요” 하면 바로 선다.
근데 우리 반 애 둘은 늘 장난쳤다.
심지어 나를 잡아당겨 줄에서 빼버렸다.
“하지 마!”
“그만해!”
내 말은 닿지 않았다.
그때 내 안의 늑대가 이빨을 드러내고 크르릉, 외쳤다.
“죽여버릴 거야!”
손을 꽉 쥐었다.
몸은 닿지 않았는데 그 애들이 울었다.
그날 이후로 엄마 휴대폰은 자주 울렸다.
나는 이 늑대가 싫다.
가끔은 나를 지켜줘서 고맙지만
내가 원하지 않을 때도 나와서 싫다.
어느 날엔 미술 선생님이랑
클레이도 만들고 그림도 그렸다.
그게 마음 치료래.
근데 나는 내 마음에 늑대가 살고 있을 뿐
어디가 아픈지 모르겠다.
치료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어머님, 바우처가 끝나서 이젠 자부담으로 하셔야 해요.”
그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날이 내 마지막 미술 수업이었다.
나는 늑대를 학교에 데려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아무도 그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상에 앉아 캐릭터들을 그린다.
늘 먹히는 건 아니지만 늑대를 깨우지 않기 위한 나만의 비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