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입니다
나는 횟집 수족관에서 삽니다.
쉴 새 없이 발을 휘저으며 빠른 물살을 버텨냅니다.
이곳의 물은 늘 맑고 차갑지만
잠시만 멈춰도 몸이 뱅글뱅글 돌며 밀려나죠.
그래서 우리는 계속 헤엄칩니다.
살기 위해서,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서.
가끔 투명한 벽 너머로 아이들이 다가옵니다.
얼굴을 유리에 바짝 대고
손가락으로 나를 따라 움직입니다.
그때면 나도 그 작은 손가락을 따라
물속에서 함께 헤엄치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두 걸음 앞서가던 엄마가
갑자기 돌아서 소리칩니다.
"빨리 와! 하나! 둘!"
아이의 손이 허공을 가르며 사라집니다.
뒤돌아 보는 눈빛 속엔 아쉬움이 번집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조용한 물살 속으로 돌아갑니다.
잠시 후, 헬멧 쓴 배달 기사가 옵니다.
사장이 포장된 음식을 내밀며 외칩니다.
"이렇게 늦게 오면 어떡해요! 다 식었잖아요!"
기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잠깐 입술이 움직이다 멈추고,
그저 고개를 숙입니다.
나는 그의 손등에 떨어진 물방울을 봅니다.
그게 물인지, 땀인지, 눈물인진 모릅니다.
밤이 되면 불빛이 사라집니다.
횟집의 불도, 거리의 웃음도 모두 꺼집니다.
그때 한 쌍의 남녀가 지나갑니다.
“이제 그만하자.”
남자의 입이 작게 움직이고 닫힙니다.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바람이 스쳤고
그들의 공기는 말라붙은 듯 아팠습니다.
다음날 점심,
유리에 비친 두 아주머니가 웃습니다.
"새우가 통통하네. 맛있겠다."
그리고 문이 열립니다.
누군가의 손이 물속으로 들어옵니다.
몸이 공중으로 떠오릅니다.
처음 느껴보는 공기의 냄새, 감촉.
그리고 뜨겁고 짧은 순간.
세상이 노랗게 번지더니 곧 깜깜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나는 아이의 웃음을 봤고,
기사의 고단함을 봤고,
헤어지는 연인의 등을 봤습니다.
그게 내 삶의 전부였지만,
이토록 많은 세상이 담겨 있었습니다.
나는 새우입니다.
잠깐 살았지만,
세상을 다 본 새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