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야기
나는 파도를 기다렸고,
그는 잔잔한 호수였다.
오랜 시간,
나의 말과 사랑이 그저 벽에 부딪혀
사라지는 듯해 괴로웠다.
내 안의 열정이 공중에 흩어지고,
그의 고요함 속에 나만 요동치는 것 같았다.
결국 그 끝에는
이 관계를 끝내고 싶은 마음이 피어났다.
이제는 그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 관계 속에서 나 자신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게
너무 두려웠기 때문이다.
메말라 가는 내가
이대로 죽어버릴까봐,
그래서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관계를 끊어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벅찬 시도 속에서도
그는 여전히 잔잔했다.
내가 아무 온도도 없이 가라앉을 때도,
모든 걸 태워버릴 만큼 불꽃을 뿜을 때도,
그는 변함없이 내 식사를 차려 두었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나도 내 마음 하나 다루기 어려운데,
하물며 남인 그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우리의 관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파도를 기다리다 지치고,
화내고, 포기하고, 등을 돌리는 게 아니었다.
그저 그의 잔잔한 호수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첨벙첨벙 물장난을 치고,
피곤하면 나와서 잠시 쉬는 것.
그의 성격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를 대하는 나의 반응과 시선은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자주 부딪힌다.
하지만 그 부딪힘이
서로의 균형을 맞추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힘을 조금 더 내본다.
사랑이 기분에 방치되지 않도록.
이 결혼이 뜨겁진 않아도
차갑게 식지 않도록.
잔잔하지만,
끊어지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