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입니다
원래는 둘이었죠.
태어날 때부터 항상 붙어 다니는 쌍둥이였습니다.
그런데 방바닥에 내팽개쳐졌다가 제가 먼저 독립해 버렸습니다.
운명이 갈라진 건 아니고, 제가 살짝 빠져나온 겁니다.
사람들은 저를 두고
"양말이 또 없어졌어!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난리를 치지만, 사실 귀신 따윈 없습니다.
그냥 제가 조용히 휴가 떠난 것뿐이에요.
지금 저는 침대 밑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어둠, 눅눅함, 약간의 먼지 향...
이곳만의 감성이 있어요.
옆집엔 먼지토끼들이 살고 있는데 생각보다 붙임성이 좋습니다.
가끔 같이 굴러다니기도 해요.
제 짝꿍은 아직도 양말통에서 저를 기다립니다.
조금 미안하지만 그 친구는 원래 모범생 타입이고,
저는 뭐랄까, 가끔 사라져도 아무도 못 막는 타입이거든요.
언젠가는 청소하는 손에 낚여
"어? 여기 있었네!" 하면서 발견되겠죠.
그때 저는 머쓱한 표정으로 조용히 짝꿍 옆자리에 들어갈 겁니다.
저는 가출한 게 아닙니다.
그냥 잠깐의 자유, 잠깐의 숨, 잠깐의 일탈을 누린 것 뿐이에요.
나는 양말 한 짝입니다.
보일 듯 말 듯, 있다 없어졌다 다시 나타나는
그런 유쾌한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