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집착하는 문화에 대하여

지식인 단골 질문 : "ㅇㅇ살인데 뭐 해도 될까요?"

by 유희
20대 : 스무 살이면, 대학생?
30대 : 취업은 언제 하니?
40대 : 결혼은 언제 하니? 애는?
50대 : 애 대학은?
60대 : 애 결혼은?
70대 : 손주는?



나이 때 별로 가장 많이 들을 것 같은 말들을 적어보았다. 마치 누군가가 짜 놓은 판처럼 느껴진다. 대학 가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무슨 누가 만든 '인생 잘 사는 공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른들은 그 삶을 아이들에게 강요한다. 저러한 삶만이 최고의 삶이라고 믿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각자의 생김새가 다르듯, 사람마다 각자가 좋아하고 잘하는 게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저 하나의 공식으로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까?



내 첫 번째 질문은, 나이에 대해 집착하는 관념에 대한 질문이다.
그 질문은 교육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나는 스무 살에 대학을 가지 않았다. 수능도 안 봤고, 원서도 안 넣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당장 필요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마땅한 이유가 없는데, 떠밀리듯 가야 한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떠밀리듯 가면, 떠밀리듯 살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렇게 살다가 죽기는 싫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남들의 말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학교를 다니고 있지 않다고 해서,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는 끊임없이 책을 읽고 사유했으며, 글을 썼다. 매일 일기장에 일기를 썼고, 블로그를 쓰며 내 생각을 정리했다. 또한, 내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고민했으며, 그것을 어느 정도 찾아내었다. 내 정체성에 대한 오랜 고민도 진전이 있으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나는 '학교 밖 청소년'으로써 오랜 시간을 보냈다. 18살에 학교를 나왔으니, 4년 동안 '무소속'으로 지낸 것이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많은 감정들을 느꼈다. 가장 컸던 감정은 아무래도, '고립감'이다. 내가 의식적으로 소속될 곳을 찾아 나서지 않는 한, 나는 고립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게다가 코로나가 터지면서 그 현상은 극에 달했었다. 다행히 나는 대안학교도 다녔고, 과외와 학원, 알바, 인턴십 활동, 각종 프로젝트들을 찾아서 활동을 했지만, 가끔씩 드는 고립감은 분명 나를 괴롭게 했다. 세상과 단절됐다는 느낌은 나를 신경질적으로 만들곤 했다.


그러나 나는 그 고립, 고독으로 인해 내 내면에 대해 깊게 들여다보고 탐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고, 내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고 싶은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기에 외롭기도 했지만, 나만의 특수성을 만들 수 있었다. 위험을 감수해야 했고, 용기를 내야 했지만, 나에게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던 시간이었다.






KakaoTalk_Photo_2022-11-21-20-23-14 002.jpeg 뉴욕에 여행 갔을 때, 맨해튼 거리!




이번 연도 6~7월에, 드디어 내가 가고 싶던 여행을 다녀왔다. 2020년부터 가고 싶던 여행을, 2년이 지나서야 다녀오게 된 것이다. 뉴욕에 한 달 동안 살면서, 내가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참으로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구나.", "내가 있던 곳은 정말 조그만 곳이었구나."같은 것이었다. 다양한 삶의 방식들을 수용하게 되는 것, 그것이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인 듯하다.


한국에 있다 보면 '보편적 삶의 방식'에 얽매이게 될 때가 많다.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사회적인 환경이 워낙 그런 것들에 민감하다 보니, 나까지 민감해질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이'에 맞는 일반적인 삶을 살지 않을 때, 괜히 위축되고는 한다. '저 사람이 날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까'하고 지레짐작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오면 그런 것들에 관한 민감성이 확 줄어든다. 나이에 갇혀 사는 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같은 일을 겪었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항상 싸웠다… 꿈을 이루지 못한 이들에게, 비록 삶이 힘들더라도 항상 탈출구가 있으며 믿음과 사랑으로 그걸 이룰 수 있다. 늦은 때란 없다.(I promise you – it’s never too late.) 나는 늘 싸웠다.” 관객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위 기사를 정말 인상 깊게 보았다. 젊은 팝가수들만 받는 거라고 생각됐던 '그래미'상을, 95살 할머니가 받다니! 너무 영화 같고 멋진 순간이 아닌가! 하지만 인생은 때로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는 한다. 만약 저 할머니가 자신의 나이를 비관하며, 음악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이런 영광적인 순간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스무 살이 되었든, 서른이 되었든, 마흔이 되었든, 그냥 내 시간대로 살 것이다. 사회적 알람에 굳이 반응하고 싶지도 않고 그러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신만의 시간점이 있는 것이고 그 시간대로 살면 되는 것이다.


당신이 10대든, 20대든, 30대든, 40대든, 50대든, 60대든, 70대든, 80대든, 90대든, 100대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냐, 당신이 어떻게 세상과 연결되고 소통하고 싶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나이'라는 허상 된 가치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을 더 갈고닦아,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로써의 삶을 살자. 그런 사람들이 더 많아질수록 사회는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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