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산다는 것은,

여유를 잃어버린 이곳

by 유희

서울. 이곳은 확실히, 여유가 없다. 조금의 오차조차 쉽게 용납되지 않는 대도시의 서러움과 고독함, 외로움. 아마 이 차가운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매일은 아니더라도, 아주 자주 그 감정을 느낄 것 같다.



‘여유’의 상실



그것이 이 도시의 문제다. 나는 원래 서울시민이 아니었다. 불과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그러나 부모님과의 의견차이로 집 밖을 나왔고,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서울에 잠시 내 몸을 뉘었다. 분명, 좋은 점들도 많다. 쉽게 문화생활을 접할 수 있고, 학원 하나를 다니더라도 인프라가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엄청나다. 일자리도 많고 말이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들이 존재한다. 내게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서울의 ‘빨리빨리’ 문화. 결국, 이 모든 게 여유의 상실을 불러온 것 같다. 여유의 상실, 어딜 가든 바글거리는 사람들, 직장인들은 잦은 야근과 과로에 시달리고, 학생들은 미래를 향한 걱정과 취업난에 허덕이는 이곳. 아이들과 노인들은 소외되고,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순간, 얄짤없이 비난받는 이곳. 서울이다.


우리나라는 해방되고 나서, 미국의 영향을 받은 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전쟁을 겪은 직후라 가난했기에, 경제강국인 ‘미국’은 우리나라의 우상이었다. 빠르게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고속도로를 세우고, 고층 빌딩들을 세우며, ‘선진국’ 순위에 들려고, 악착같이 노력했다. 그렇게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너무 빨랐던 탓일까. 우리는 생각보다 참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만 같다. 길거리 위 바삐 걷는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는 커녕, 화로 가득하다. 우린 무엇을 놓쳤던 걸까? 이제는 그 ‘놓쳐버린 것들’을 하나 둘 되찾아가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나는 많은 나라의 대도시를 가 보았다. 뉴욕과 LA, 이스탄불과 베이징 등. 대부분의 ‘대도시’들은 물론 대도시의 특징인 ‘외로움’과 ‘소외‘, ’ 고독‘에 관련된 문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서울만이 더 두드러지는 특징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 다양성의 부재‘다. 뉴욕이나 베를린 같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모여사는 도시들은, ’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필수이며, 그것이 만들어주는 하나의 안정된 느낌들이 있다. 그러나, 서울의 풍경은, 그다지 다양한 모습인지는 잘 모르겠다. 똑같이 흘러가는 하루하루들, 지쳐있는 사람들의 표정, 늘 만원인 출퇴근길의 지하철, 폐지 줍는 노인들, 삶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러 밤거리를 나온 청춘들. 나는 가끔, 아니 사실 자주, 이 도시가 벅차고 피곤하다.


피로하게 느껴지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과열된 경쟁’, 그리고 ‘미친 듯이 높은 인구 밀집도’ 등. ’ 획일화‘된 삶의 모양새들. 그 ’ 획일화‘ 속에 들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으로 바라보는 시선들. 서로가 서로의 목을 조이며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것만 같다.



우리,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는 없는 걸까? 조금 더 인생을 즐기며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삶에 있어 ‘자유’를 가장 중요시하게 생각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나조차도, 서울에 살면 여유가 사라진다. 원래도 화가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서울에 살다 보면 그 ‘화’라는 것이 더 농축이 되는 것 같다. 마치 팔팔 끓어오르는 주전자, 마구마구 흔들어놓은 콜라캔과 같다. 좀 웃프게 말하면, 너무 피로도가 쌓여서, “건들면 뒤진다” 상태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 이래서 이 도시에 여유가 없는 거지!





이번주에, 올해 초부터 하던 카페 알바를 그만둔다. 그 시점을 기점으로, 한 번 진지하게 앞으로의 내 삶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한다. 물론, 내가 생각한 대로만 흐르지는 않겠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한 고민은 젊을 때 치열하게 해 두는 것이, 여러 방면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의 시선에서, 사회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내가 아닌, 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찾아서, 나아가고 싶다.


요즘 베를린이 너무 가고 싶다. 조금 더 여유가 있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곳에서 살고 싶다. 하루빨리 떠나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