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올해 들어서, 부쩍 정리되는 인연들이 많아짐을 느낀다. 그중에는 서로의 환경이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진 시절인연들도 있지만, 결코 옆에 둘 수 없어 스스로 정리한 인연도 있다. 인연은 사람 마음대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만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사라져도, 완전히 멀어질 수 있으며, 작은 오해가 커져 커다란 미움으로 번져도, 몇 십 년 된 사랑과 우정조차 끝날 수 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아무리 문명이 발전하며, 인간의 이성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본성이 비합리적이며 감정적이라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머리로는 저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더라도, 마음이 거부한다면, 그 사람과 오랜 인연을 맺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갖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가 가진 것들을 최대한 많이 나누어주었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러나, 누구나 그 호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굉장히 미세한 감정의 변화들. 그런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눈에 띄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그 호의를 돌려주고 싶어 했지만, 어떤 이는 부끄러워했고, 어떤 이는 당연하게 여겼으며, 어떤 이는 기분 상해했다. 내가 주는 것은, 물건이나 돈 따위가 아니었다. (유독 나에게 그런 물질적인 선물을 주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게 부담스러웠던 결과, 그것을 행하지 않게 되었다.) 주로 인간적인 호의들이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그 기준이 어긋나있었고, 오해가 생기겨버리고 만 것이다. 그런 일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했을 때, 나는 인연을 맺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잊힌다는 말이 있듯, 인간은 관계에 있어 상처를 받고 회의감이 들다가도, 다시 사랑을 찾아 헤매고는 한다. 영원한 건 어디에도 없듯, 인간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있기 마련인데, 그건 아마, 자주 만날수록 빠르게 소진되는 것 같다. 내가 가장 실망했던 사람은 나에게 얻을 게 있을 때만 잘해주다가, 나보다 더 얻을 게 있는 사람을 보고 바로 방향을 틀어버린 사람이었다. 그만큼 그 사람을 믿고 애정 했기에, 상처도 컸다. 평소 남들에 대한 관용이 넓었던 성격 때문인지, 주변에서 아니라는 사람도 굳이 끊어내지 않고는 했다. 그게 화를 부른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이제 아니라고 생각이 들거나, 싸하다는 느낌이 너무 자주 드는 사람이 있으면, 굳이 옆에 두려고 하지 않는다. 조금 차가워졌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것이 나의 정신건강을 위한 일이다.
보통 그런 싸하다는 느낌이 드는 인간들의 부류는, 이런 부류였다. 자신의 부족한 자존감을 채우려 나를 은근히 깎아내리려고 하거나, 나의 성장과 발전을 의식적으로 막으려는 이들 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교육이 이런 이들을 양성하는 교육소 수준이라, 이러한 열등감과 시기, 질투를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타인을 깎아내린다고 자신이 올라가는 게 아닌데, 그걸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히려 그걸로 인해 자신의 밑바닥 수준을 드러내는 것인데도 말이다. 예전에는 그들조차, 그들이 원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젠 내 옆에 두고 싶지는 않다. 그럴 시간에, 소중한 인연들, 가족과 나 자신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싶다.
이제는 떠나가는 인연이 생기면, 조금 더 의연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그래, 여기까지였던 거겠지. 라고 말이다. 물론,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애정의 척도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덜 혼란스럽고 아프게 되었다. 또,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한 번 정리가 된다는 건, 또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게 된다는 거니까, 오히려 더 새롭고 즐거운 삶을 맞이할 수도 있는 기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새로 만나는 인연들은 또 어떤 사람들일지, 어떤 환희와 상처를 나에게 안겨줄지, 기대가 된다. 그래도 예전의 나보다는 더 성장한 상태로 만나는 사람들이니, 조금 더 배워가는 게 많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