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이 진해지는 이 겨울이 지나간다
사람이 그렇게 생겨먹은 존재라서 새삼스럽지 않지만 지나가는 것에 대한 소회가 남다르다. 추위와 새하얀 흰 눈의 추억, 이 겨울이 다 지나간다고 하니 아쉬움이 남는다.
추위 속에서 바라보는 것들은 왠지 모를 아늑함이 있다. 그 나름의 감상이 진하게 느껴지는 겨울이 지나간다. 한 겨울 동이 막 트기 시작한 출근길의 버스 안에서 나는 포근한 패딩에 폭 쌓여 풍광을 즐기길 좋아한다. 유난히 외각진 직장까지의 여정에는 많은 자연들이 스쳐간다.
산 위에 걸렸던 해가 빨갛게 그리고 다시 노랗게 건물을 물들이는 시간, 어슴푸레 달님은 살얼음이 되어 파란 하늘에 희미하다. 가늘게 희고, 창백해진 그 달은 여름한철 입 안 가득 머금은 얼음조각을 연상케 한다. 입안에서 몇 번 굴리다 보면 언제 벌써 녹아 살얼음 되어 깨질까 혀 위에 올린다. 조심히 혀 내밀고 내려다본 그 투명하고 흰 얼음의 추억을 저 달이 담고 있었다.
산세가 제법 빼어난 출근길에 저 멀리 산 중턱에 걸친 운무가 자욱하다. 밤사이 온도차로 작은 천위에도 연무가 서려 어른거린다. 포근하고 따듯한 버스 안의 온도에 정신도 몽롱하다. 지난밤의 뒤숭숭한 꿈으로 뒤척이며 모자란 잠을 달래어 주는 시간이라 더욱 매력적인 겨울이었다.
얼마 걷지 않는 길, 버스에 내려서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며 가로수들을 지나친다. 나뭇가지 끝에 대롱대롱 열린 영롱한 이슬이 방울져 아침열매를 뽐낸다. 불에 그을린 듯 수분을 한 껏 머금고 흑화 한 나무들이 뿌연 운무 사이로 적나라하게 선명해져 있다. 동시에 적절하게 매연 섞인, 찬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면 그 청명함에 나도 또렷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이렇게 겨울을 감상했고, 지나가고 있는 이 계절을 추억하며 아쉬워한다. 이전보다는 좀 더 순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지나가고 있는 것들에 대한 미련은 여전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지나가는 것들의 소중함을 촘촘하게 쌓아가고 있음을 감각한다. 동시에 곧 맞이할 연분홍의 봄을 기대하는 설렘을 동시에 느끼고 있음을 직감한다. 이 감각들이 나에게 모두 같은 이치가 아닌가 싶다.
지나간 것들과 지나갈 것들, 그 영민함이 깊어지는 오늘의 감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