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재 Part 2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컹리 Apr 18. 2022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144 홍춘욱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p.19

    1997년 외환위기 이전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가장 비싼 아파트 중의 하나인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약 15~16억 원에 거래되었습니다. 그러나 1997년 당시 시중금리가 25%까지 상승하자, 10억 원 선이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경기가 급격히 나빠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급매로 처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아파트를 보유하기보다 차라리 은행에 예금해 고금리 혜택을 누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주택의 매도 물량은 늘어나는데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이처럼 금리와 부동산 가격의 관계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의 급등 흐름은 공급 부족뿐만 아니라 시장 이자율의 하락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95년에 13%이던 시중금리는 현재 1%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정책금리인 0.5% 수준의 이자를 주는 예금만 있다고 가정한다면, 현재 10억 원에 거래되는 아파트를 보유한 데 따르는 연간 기회비용은 500만 원입니다. 다시 계산해봐도 믿기 어려울 만큼 낮은 비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즉 아파트를 보유한 데 따르는 기회비용이 예전보다 훨씬 하락해, 주택 구입의 매력이 높아졌습니다. 

    요즘 서울 외곽 지역 방 두 개짜리 빌라의 월세가 대략 100~120만 원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하는데 따르는 연간 기회비용이 훨씬 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년 전, 직장생활을 그만두면 '건물주'로서의 삶을 설계하겠다는 생각으로 2016~2018년에 인천과 경기도 지역의 빌라를 열심히 보러 다닌 적이 있습니다. 당시 방 두 개짜리 빌라의 월세는 대략 50~80만 원에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이처럼 시중금리가 내려갈 때 기존 월세나 반전세를 살던 사람은 여력이 된다면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더 이익입니다. 물론 주택 매수가 늘어나면, 부동산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겠지요.

    즉 금리가 상승할 때는 주택 구입의 기회비용이 상승하며 매수세가 약해지고, 반대로 금리가 하락할 때는 주택 매수세가 높아진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p.23

    이러한 상황에서 A씨가 생각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투자에 나서는 일일 것입니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것을 고려할 때, 투자 대상은 결국 주식과 부동산이 될 텐데 부동산은 초기 투자금이 클 뿐만 아니라, A씨처럼 이미 주택을 보유한 경우는 상당히 큰 세금을 내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A씨의 선택은 주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식은 위험한 투자 대상인 반면에, 수익률이 높다는 점이 매력 요인으로 작용하겠지요.

    주식투자 말고 다가구주택 매입을 고려하는 은퇴자도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 경우는 두 가지의 위험을 무릅써야 합니다. 첫 번째는 세입자들의 월세 지급 능력에 대한 위험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0%대의 초저금리 환경에서는 월세를 꼬박꼬박내는 것보다 대출 받아 집을 사는 것이 이익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초저금리 상황에도 집을 구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재 모아둔 돈이 적거나, 혹은 미래에 소득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형편에 놓인 사람들은 월세를 내기도 힘겨운 때가 종종 찾아올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감가상각 위험입니다. 감가상각의 개념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자동차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예컨대 소나타 자동차를 3,000만 원에 샀더라도, 1년이 지난 후 중고차 시장에서 팔려고 내놓으면 약 2,500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금액보다 더 비싸게 팔 수도 있고, 또 싸게 팔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소나타의 가치가 1년 만에 500만 원이 하락한 것처럼, 물건이 낡아가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을 감가상각'이라고 합니다. 유의할 점은 감가상각은 일률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소나타처럼 베스트셀러 자동차는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가 좋으니 감가상각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수 있지만, 반대로 보증기간이 끝난 수입차는 수리비 부담 때문에 감가상각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여기서 다가구주택은 무상 보증기간이 끝난 수입 자동차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다가구주택의 감가상각 속도가 아파트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는 대략 50년에 걸쳐 천천히 낡아간다면, 다가구주택은 상대적으로 빨리 낡으니 재건축 비용을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합니다(물론 토지 가격이 상승한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1986년부터 KB부동산이 집계한 단독주택의 가격지수 흐름을 살펴보면, 아파트에 비해 단독주택이 상대적으로 탄력이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지역 단독 주택의 1986년 이후 2020년까지의 연평균 상승률은 2.9%에 불과한 반면, 서울 아파트의 연평균 상승률은 6.5%에 이릅니다.

    그럼 '아파트보다 다가구주택이 왜 더 빨리 낡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은 쉽게 답할 수 있습니다. 자기 집에 사는 사람과 남의 집에 사는 사람은 태도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지요. 자기 집에 사는 사람은 인테리어도 신경 쓰고, 주변 사람들의 눈치도 더 잘 봅니다. 어차피 오랫동안 살 집인데, 조금 더 신경 쓰고 훗날 다른 사람에게 팔 때를 대비해서 투자해두려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파트는 수백 또는 수천 가구가 함께 거주하기 때문에 조금만 돈을 모아도 큰돈이 되고, 이 돈을 이용해 잘 관리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다가구주택은 지붖인이 혼자 모든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A씨처럼 나이 든 집주인이 대부분이다 보니 관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생기곤 합니다.

    결론적으로 요즘 같은 초저금리 환경에서 A씨와 같은 은퇴자, 그리고 주택을 구입할 목독을 모으려는 젊은 세대 모두 주식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마디로 투자하지 않고는 자산을 지키기도 힘든 시대가 되었습니다. 



p.56

    물론 낙찰 받은 다음 전세를 주기까지 여러 난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낙찰 받은 주택에 살고 있던 세입자(또는 전 집주인)가 나가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 있으며, 전세를 주기 위해 인테리어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매를 낙찰 받은 사람들은 낙찰가의 최대 80%에 이르는 돈을 대출해주는 경락잔금대출을 많이 이용합니다.

    이와 같은 설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경매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명도 비용, 권리 분석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손실을 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따라서 경매는 철저한 준비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경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부동산시장이 '깜깜이' 시장에서 점점 투명한 시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토지나 집을 사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부동산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고, 심지어 미장원 등을 방문해서 동네 정보를 취합하려는 노력도 필요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는 대단히 어려웠습니다. “호재가 터진다는 말을 듣고 토지를 샀는데, 수십 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라는 투자 실패담을 들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부동산시장은 정보 격차가 큽니다. 그런데 적어도 아파트시장에서는 이 정보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호갱노노'와 '부동산 리치고' 등 다양한 부동산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되면서, 이제 실시간으로 주택 가격의 변동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각 지역의 호재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각 지역의 투자점수를 다양한 척도로 평가해 제공하는 서비스까지 나왔습니다. 따라서 경매에 괜찮은 물건이 나왔다고 생각될 때 '마진'이 기대되는 가격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그 지역에 잠재적인 악재는 없는지 등을 미리 평가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처럼 기술의 발달을 고려해볼 때, 종잣돈을 모으는 데 필요한 시간 동안 더 나은 서비스가 출시되어 경매를 받았다 낭패 보는 사례가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59

부동산시장이 2014년부터 무려 7년 동안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부동산 불패'에 대한 신뢰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은 대략 10~15년의 주기를 두고 가격이 급락하곤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그리고 2010년대 중반 이른바 '하우스 푸어(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했다가 대출이자 때문에 빈곤하게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사태입니다.

    그렇다면 1997년과 2010년대 중반에는 왜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을까요? 두 경우 모두 금리가 급등했을 뿐만 아니라 '주택공급'이 과다했던 것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중략)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수준보다 주택이 적게 공급되면, 다시 말해 신축 주택이 시장에서 희소해지면 그때 신축 주택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가 높아집니다. 반대로 평균 수준에 비해 주택 공급이 과도하면 신축 주택에 대한 인기는 시들해지는 것입니다. 


p.64

그렇지만 부동산시장이 침체될 때 2030세대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가 나타날 것입니다. 참고로, 2012~2013년에 부동산시장이 침체 국면에 있을 때 주거 시설 낙찰률(전국 기준)은 76%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평균 응찰자 수도 4.5명에 불과했습니다. 바로 이런 때가 경매시장에 들어가기 좋은 시기입니다. 투자자들 대부분이 추가적인 가격 하락 가능성을 높게 보고, 아무리 매력적인 물건이 나오더라도 투자하지 않으려 들 때가 투자의 적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동산 경매 외에 '갭투자'도 좋은 투자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6년 말 서울 아파트 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73.4%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서울 강북 지역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75%를 훌쩍 뛰어넘었지요. 이럴 때 시세 5억원 아파트를 1억 2,000만 원 정도에 갭투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집값이 여기서 더 빠지면 손실을 크게 입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부동산시장의 바닥 징후를 잘 판단하고 투자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부동산시장에 진입하기 좋은 첫 번째 징후는 낙찰률이 뚝뚝 떨어질 때입니다. 전국 주거용 부동산의 낙찰률이 70%대, 그리고 서울 지역 부동산의 낙찰률이 80%대 또는 그 이하로 떨어지면 시장에 '패닉'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 징후는 미분양 물량의 증가세가 꺾일 때입니다. 주택 시장은 공급이 매우 중요한데, 공급 과잉의 압력이 완화될 때가 주택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이때는 입지가 괜찮은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도 좋은 투자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징후는 금리 인하 등 다양한 주택시장 부양 정책이 시행되는 때입니다. 예를 들어 2014년에 발표된 '9.1 부동산 대책'처럼, 재건축 연한이 크게 단축되고 임대주택 의무 비율 완화 등이 이뤄지는 경우 주택시장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곤 합니다.    



p.73

    어려운 환경에서 종잣돈을 모을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불황'에 가치가 상승하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2008년 위기를 예ㅡㄱ한 것으로 유명한 투자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의 용어로 말하자면 '안티프래질(Anti-fragile)'한 자산이 종잣돈을 모을 수 있는 대상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안티프래질이란, 위기에 강해지는 특성을 지니는 자산 혹은 특질을 뜻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국 국채'입니다. 미국 구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의 가격 흐름을 살펴보면, 2019년 말에 비해 2020년 3월 말에 16.4%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경제가 얼어붙고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지만, 미국 국채의 가격은 오히려 급등한 것입니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안티프래질한 자산에 투자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불황에 우리의 소득(그리고 보유 자산의 가치)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가장 최악의 투자기법은 자기회사 주식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p.83

    그런데 상장지수펀드보다 더 좋은 투자 방법이 있습니다.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왜 미국 국채가 좋은 투자 대상일까요? 그 이유는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상승할 때가 항상 금리가 떨어질 때이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떨어진다는 것은 곧 국채 가격이 상승한다는 의미입니다. 한마디로 불황에 가격이 상승하는 자산이라는 말이지요.



p.177

    장 단기 금리의 역전이 발생하는 이유는, 앞에서 살펴본 3가지 위기 요인(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제 전망, 대출 부실화 위험, 전쟁과 같은 외부 충격)의 영향으로 채권 펀드매니저의 전망이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만기가 10년 또는 100년 이상에 이르는 채권을 개인이 투자하기는 굉장히 어렵기에, 장기채권은 은행이나 보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투자합니다. 이 기관에서 일하는 펀드매니저는 자신의 투자 성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므로, 지속적으로 경제의 장기적인 전망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앞에서 살펴본 요인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새로 발행된 채권의 금리가 급등하는 날에는 투자 실패의 책임을 고스란히 져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장기채권 투자자들은 경제 상황의 변화에 매우 예민합니다. 한마디로 장기채권 투자자들은 경제의 보초병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찌요.

    그런데 이런 투자 전문가가 보기에 미래 전망이 극히 어둡다면 어떻게 행동할까요? 앞으로 이자율이 더 하락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이전에 발행된 고금리의 장기채권을 매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예컨대 100년 만기 채권 B의 이자율이 5%인데, 내년에 발행될 100년 만기 채권 C가 2.5%의 이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 지금 당장 B 채권을 사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B 채권 가격이 상승할 것입니다. 이처럼 미래의 경제 전망이 어두울 때는 장기채권 금리가 떨어지고, 기존에 발행된 장기채권의 가격이 상승합니다. (중략) 그렇다 보니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아지는 것은 채권시장의 참가자들이 보기에, '현재 정책금리가 유지되면 곧 불황이 찾아올 것'이라는 예상이 담겨 있는 셈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