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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무기 Oct 19. 2021

홍익대 지하 주차장부터  클럽 레드카펫까지

세 번째 인터뷰 - 8년 차 스케이터 김준하

홍익대 지하 주차장부터 클럽 레드카펫까지


8년 차 스케이터 김준하


"이것을 이해해줄 수 있는

장소라는 점이 홍대만의 특별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제주도에 살고 있는 31살 김준하라고 합니다.

 
Q. 보드를 탄 경력은 어떻게 되나요?

2009년부터 보드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군 복무 때는 못 탔었으니까…  8년 정도 되었습니다.
 

Q. 어떤 보드를 타고 계신가요?

가장 일반적인, 트릭을 구사할 때 많이 쓰이는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습니다.
 

Q. 보드를 타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우연히 "독타운의 제왕들 ( Lords Of Dogtown, 2005 )" 이라는 1970년대 캘리포니아 배경의 보드 관련 영화를 본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유롭고 반항적인 주인공들의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영화가 끝난 직후 인터넷으로 싸구려 스케이트보드를 하나 주문했었는데, 그때가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Q. 홍대, 홍대 지역과의 연고는 어떻게 되시나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 10학번입니다. 현재는 졸업했습니다. 재학 기간, 그리고 입시하던 때까지 계산하면 한 10년은 홍대 지역에서 지냈습니다.
 

Q. 홍익대가 서브컬쳐, 유스컬쳐의 중심지, 혹은 이러한 이미지로 대표되는 지역이라는 것에 동의하시나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나요?

어느 정도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상업적인 움직임, 혹은 자본주의적 흐름 때문에 멋있는 비주류 문화들의 입지가 많이 좁아지긴 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런 문화들이 홍대에 자리 잡은 수십 년의 두터운 역사가 존재하고, 이것이 막대한 상업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확장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서브컬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홍대를 어쩔 수 없이라도 찾게 되고, 그런 것들이 모여 홍대를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도에 내려온 지 2년이 돼서 지금은 또 어떨지 사실 잘 모르겠네요.


Q. 그렇다면 홍익대에서 보드 문화의 입지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스케이터들이 홍대로 스케이트보드를 많이 타러 오진 않지만, 홍대 쪽에 주거를 하거나, 일을 하거나 하는 스케이터들이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클럽이나 파티 목적으로 많은 스케이터들이 홍대를 찾곤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신촌이나 여의도 같은 곳에서 낮부터 신나게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밤에는 홍대에 와서 신나게 음주, 파티를 하곤 했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홍대에서 스케이트보드 문화가 큰 비중까지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홍대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 중 하나 정도에는 속해있다고 생각합니다.


Q. 홍대 인근에서 보드를 탄 경험이 있으신가요?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제 친구 같은 경우에는 상징적인 의미로 홍대에 있는 코쿤(COCOON)이라는 클럽 앞 레드카펫을 알리 갭핑 ( OLLIE GAPING ) 한적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전위적인 행위나, 보드에서 나오는 소음 때문에 경비아저씨나 지나가는 행인과 시비가 붙은 적도 많았습니다. 어떤 눈이 오는 날에는 홍익대학교 지하주차장에 몰래 들어가서 기물들을 설치하고 타곤 했는데, 경비 아저씨가 역정을 내시면서 철수하라고 해서, 제가 홍익대학교 판화과 학생인데 과제활동 중이라고 임기응변을 했어요. 근데 다음날 판화과 조교실에서 전화가 와서 조교님에게 자제 요청을 받고 창피했던 기억이 있네요.

 
Q. 저는 중학교 때, 2013년부터 홍대 앞을 지나다녀왔는데, 그때는 길에도, 혹은 윗잔다리 어린이 공원이라는 홍대입구역 인근의 공원에서도 보드를 타고, 트릭을 연습하는 사람들이 자주 보였는데, 요즘에는 자주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이것에 대한 이유를 짐작하시나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제일 큰 이유는 아마도 스케이터의 세대가 바뀌어서 일 겁니다. 그 당시 윗잔다리 어린이 공원에서 타시던 분들은 이제 직장을 다니시거나, 가정을 꾸리고 계시거나, 삶의 어떤 이유 때문에 더 이상 스케이트보드를 못 타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세대의 스케이터들은 좀 더 창의적인 표현을 위해서 새로운 스팟을 찾으러 다니고, 좀 더 특이한 트릭을 시도하려고 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윗잔다리 어린이 공원 같은 스팟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Q. 보드를 타는 사람으로서 홍대의 보드샵을 이용해보셨나요? 현재에는 많은 보드샵이 사라지고 거의 팀버샵 하나 남은 상황인데, 혹시 추억할만한 보드샵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은 로닌이라는 샵입니다. 없어진지는 꽤 됐지만, 자주 이용했었습니다. 스케이트보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스트리트 브랜드를 판매하는 편집샵 느낌이었고, 스케이터가 아닌 손님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점만 본다면, 스케이트보드로 전문적이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스케이트보드 쪽 재고가 굉장히 다양했고, 한국에서 흔치 않은 스케이트 브랜드들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홍대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투사나 명동 팀버샵까지 굳이 갈 이유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Q. 타 지역 스팟과 다른 홍대 스팟만의 특별한 점이 있나요?

홍대는 타기 편한 곳은 아니지만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구조들이 많아서 소소한 장난을 치기 좋은 곳입니다. 상가나 술집 계단을 렛지 삼아 타기도 하고, 길에 널브러진 쓰레기봉투들을 넘기도 합니다. 그리고 길마다 보이는 굵은 핸드레일을 트릭을 연습하기에 매력적이며, 공사장마다 있는 플라스틱 외벽 역시 창의적인 트릭을 하기에 좋습니다. 또한 완만한 언덕이 많아서 적당한 다운힐을 하기도 좋은 것 같습니다. 숙련된 스케이터, 도전하기 좋아하는 스케이터들에게는 정말 다양한 것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장소이자, 이것을 이해해줄 수 있는 장소라는 점이 홍대만의 특별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지금은 제주도에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보드 관련기사가 올라오는 데일리 그라인드( DAILY GRIND )를 보면 제주도 스케이터 이야기도 자주 올라오는데, 제주도에서와 홍대에서 보드 타는 것을 비교한다면 어떤 점들이 장단점이 될까요?

제주도에는 서울에선 꿈도 꿀 수 없는 놀라운 스팟들이 정말 많습니다. 특히 바닷가 쪽엔 약간 각이 져있는 벽들이 많아서 그야말로 월 라이드의 천국입니다. 시내 쪽엔 인도나 차도가 다 현무암으로 매끄럽게 깔려서 이동하기도 편하고, 밤늦게까지도 탈 수 있는 넓은 광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탈 곳은 많아도, 타는 사람이 너무 적은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곳만의 커뮤니티나 문화적인 움직임이 활발하지가 않은 상태인데, 이런 부분들은 좀 아쉽고, 홍대에서 볼 수 있는 커뮤니티, 보드 인구의 장점에 비해서는 단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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