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4
사막은 끝이 없었다. 모래는 발밑에서 뜨거운 숨을 토했다. 하늘에 태양이 둘. 서로 다른 각도에서 내 그림자를 잡아당겼다. 한쪽은 동쪽, 다른 쪽은 서쪽. 그림자는 반대 방향으로 늘어나며 땅에 균열을 새겼다.
손에 쥔 검은 오래되고 녹슬었지만, 손목은 익숙한 무게에 적응해 있었다. 한 발, 또 한 발. 발자국은 남자마자 바람에 지워졌다. 존재의 흔적조차 허락되지 않는 땅.
멀리서 오아시스가 반짝였다. 목이 타들어가듯 달려갔으나, 닿는 순간 사라졌다. 남은 건 뜨거운 모래알 같은 갈증뿐.
모래폭풍 속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나였다. 그의 손에 들린 물통. 반가움과 의심이 동시에 몰려왔다. 그는 말없이 물통을 내밀었고, 나는 덥석 잡았다. 뚜껑을 열자 텅 비어 있었다. 공기만이 목을 스쳤다.
검은 태양빛 아래, 우리는 동시에 검을 뽑았다. 챙! 금속음이 사막에 메아리쳤다. 거울과 싸우는 듯, 공격과 방어가 동시에 겹쳐졌다. 상처와 반격—분리되지 않았다.
하늘의 두 태양이 점점 가까워졌다. 마침내 하나로 합쳐지려는 순간, 빈틈이 열렸다. 우리는 동시에 서로의 가슴을 찔렀다.
고통은 없었다. 오히려 시원했다. 내 가슴에서 맑은 물이 쏟아져 나왔다. 모래는 물을 흡수하며 진흙이 되었고, 두 태양은 하나로 합쳐졌다. 사막 위에 별빛 가득한 밤이 내렸다.
새벽 다섯 시 반. 눈이 저절로 떠졌다.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나가자, 거실에 작은애가 웅크린 채 자고 있었다.
"얘야, 방에 가서 자."
"방에 귀신 있어."
눈 감은 채로 내뱉는 대답. 순간 웃음이 났다.
나는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소파에 앉았다. 아이가 몸을 비집고 내 옆에 기대왔다.
"엄마, 왜 맨날 일찍 일어나?" "습관이지." "피곤하지 않아?" "피곤해." "근데 왜 또 일어나?" "…모르겠다. 그냥."
아이가 속삭였다. "나도 모르겠어. 왜 귀신이 무서운지."
둘이 함께 웃었다. 새벽의 거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공유한 순간.
창밖 하늘에는 태양이 하나뿐이었다.
"엄마, 목말라." "나도. 늘."
우리는 함께 일어나 물을 마셨다. 시원한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텅 빈 물통이 아니라, 가득 찬 컵이었다.
우리는 매일, 가슴 속에서 물을 흘린다. 고갈과 충만은 한 몸에서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