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변수 발생.
친구와 놀러 가는 약속을 잠시 미루고 MBTI 검사 결과를 상담받으러 갔다.
MBTI는 요즘 나의 세상에서 굉장히 좋은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학생인 나는 어디를 가든 "MBTI가 뭐예요?"라는 질문 하나로
아이스브레이킹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MBTI 상담을 듣고 있는 도중
익숙한 단어가 내 귀에 꽂혔다.
'변수'
"P인 사람들이 변수에 능동적으로 잘 대처를 해요.
융통성 있게. 무슨 말인지 알죠?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그때그때
상황에 닥쳤을 때 액션을 취하는 거죠."
위 말은 상담가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이다.
내가 23년부터 추구해 오던 많은 가치 중 하나는 '융통성'이었다.
'융통성 있게. 변수에 잘 대처하는.'
그래서 난 늘 변수를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변수에 잘 대처하고 싶었다.
나는 '변수'를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아한다.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는 건 당연하고 보편적이니까.
MBTI를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검사 후 나는 'J'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상담가님께서 J는 계획적이라서 변수에 잘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변수에 잘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아 내가 계획적인 사람이라 어쩌면 반대의 성향인 변수를 추구하나?
내가 J라서 변수에 집착을 하며 변수를 신경 쓰려하는구나.
어쩌면 변수마저 계획하려고 하는구나."
물론 모든 변수를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없다.
'변수'.
정의와 이름부터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변수가 발생했을 때 나는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유연하게 대처하고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며 넘어간다.
물론 MBTI는 정답일 수도 있고,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나에겐 그저 성격 검사 따위의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로 성격이 A이기 때문에 B를 추구한다면,
성격을 좀 더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E와 I, N과 S, 그리고 F와 J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아닌 것'도 추구함으로써 더 나를 보완하여
성장할 수 있는 내가 됐으면 좋겠다.
그중 나는 다시 한번 '변수'를 얘기해보려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굉장히 많은 변수를 만난다.
그 변수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출근길 지하철을 놓친 것, 갑자기 생긴 약속.
뭐 이런 것들이다.
또 좋지 않은 변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채 받은 서프라이즈 선물 또한 변수가 아닌가.
사랑하는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것 또한 변수가 될 수 있겠지만 내가 말하는 변수는 이따위 것이 아니다.
변수는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갑작스러운 상황이다.
변수에 지배당해 끝도 없는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는
변수에 융통성 있게 대처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그런 네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