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눈으로만 담을 수 있는 것들
"수윤아. 이런 건 눈으로만 보는 거야.
눈으로 봐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어."
고등학교 시절 놀이공원에 갔을 때 친구가 나에게 한 말이었다.
화려한 불꽃이 어두운 하늘에서 아름다운 별이 될 때
동영상을 찍고 있던 나에게 해준
내 친구의 말이었다.
요즘 예쁜 풍경이나 장면을 보면
남녀노소 누구나 휴대폰을 꺼내 들어 사진과 동영상을 찍기 마련이다.
그러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
아름다운 찰나의 시야를 사람들에게 공유한다.
나 역시 그러하였다.
한때는 그게 정답인 줄만 알았다.
딱히 큰 이유는 없지만
모두가 그렇게 행동을 하였기 때문에.
각자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
그게 당연한 것인 줄만 알았다.
미국으로 2주 동안 짧게 연수를 다녀오고
어제 막 귀국하였다.
워싱턴, 필라델피아, 뉴욕.
그중 뉴욕을 방문했을 때였다.
가이드님이 맨해튼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못 알아듣는다고
'맨해른'이라고 발음해야 알아듣는다고 말씀해 주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
뉴욕 제1 세계 무역센터는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고층 빌딩이다.
우리는 그 고층 빌딩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뉴욕시티는 광대했다.
'멋있다. 아름답다. 예쁘다.'
형용할 수 있는 다양한 단어들이 있지만
광대하다는 단어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
역시나 나는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 버튼을 빠르게 찾았다.
그때였다.
카메라 어플을 켜 풍경을 딱 찍으려고 하는 그 순간이었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안 광대했기 때문이다.
안 예뻤기 때문이다.
안 멋졌기 때문이다.
휴대폰으로 기념 삼아 몇 장 찍고 나선 난 휴대폰을 드는 것을 포기했다.
주머니 속에 휴대폰을 넣고
눈으로 열심히 모든 광경을 담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몇 년 전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고
그제야 그 말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세상에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눈으로 봐야만 하는.
눈으로 봐야만 보이는 것들.
설령 그 장면이, 그 기억이 잊힌대도
눈으로만 봐야 하는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
단순히 눈으로 봐야 더 예뻐서?
그건 아니고.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기억은 언젠가 잊히는데 사진은 그 순간의 장면을 잊을 수 없잖아.
평생 기억할 수 있잖아."
그리고 내가 대답하였다.
"다음 추억이, 다음의 경험이, 다음의 사람이 들어올 자리를 마련해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