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친구들을 만나다가.
오늘도 그 많은 우연 중 한 날이었다.
노래방에 갔다.
근데 다들 그런 경험 한 번씩은 있을 것 같은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아는 노래인데 제목은 모르는.
우연히 친구가 부르는 노래를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다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익숙한 멜로디가 내 귀로 들어왔다.
멜로디와 가사는 너무나도 좋았고 날 매료시켰다.
문득 살아가면서 우연히 영감을 받는 날들이 종종 있다.
나는 그런 날들엔 무언가에 홀린 듯 생각이 괜히 많아진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별 생각은 없다.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평소보다 더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평소에는 무언가를 보고 듣고 느껴서 얻는 경험과 감정을 서술한다면
이럴 때는 가사를 되뇌고 되새기며 그저 가만히 있는다.
그냥 곰곰이 멍을 때린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음. 정말 아무 일도, 걱정도 없는데
괜히 표정이 어두워지고 나는 사색에 잠긴다.
그러면 친구들에게 종종 "무슨 일이 있어?"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난 정말 아무 일도, 걱정도 없다.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기에 자리를 뜬다.
그리고 일부로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다.
어쩌면 혼자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들이 드는 걸지도 모른다.
무언가에 영감을 받을 때면 그 분위기에 몸을 맡겨 빠져든다.
그 노래에, 그 영화에, 그 연극에, 그리고 그 어떤 무언가에.
내가 보고 있는 그것에, 그 순간의 냄새에, 그 찰나의 소리에.
감수성이 풍부한 나는
누군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어떤 메시지가 주는 순간의 흐름에
내 몸과 정신을 맡긴 채 올라탔을 뿐이다.
가끔 이렇게 영감을 받을 때면, 종종 생각한다.
대체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가수나 배우.
모든 예술가들은 어떻게 본인의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것일까.
나와 같은 일반인들도 계속해서 메시지를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살아가면서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결국 사색은 공허함과 무기력함으로 바뀌고
나는 다음 계획을 세우러 여정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