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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Jun 25. 2024

#38 공상의 달밤(월광 고수 백차)

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월광(月光), 굳이 한글로 옮겨 보자면 달빛.

달빛은 때로는 낭만적이기도, 섬뜩하기며, 몽환적이기도,

또 포근하기도 한 여러 심상을 가지고 있다. 이런 여러 심상만큼이나,

달빛을 내는 달은 또 초승부터 시작하여 보름을 거쳐 그믐으로 져물어가는 

모양새까지 참으로 다양한 모양새를 가진 재미있는 존재이다. 


이런 다양한 얼굴을 가진 달, 그런 달의 빛이라는 이름을 

가진 백차는 어떤 향과 맛을 가진 걸까?, 어쩌다가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둥근 찻잔에 담긴 하얗게 투명한 백차가 꼭 둥근 보름달 같아서일까?

혹시 백차 특유의 시원한 풍미가 시원한 달밤을 닮아서일까?

백차는 숙성됨에 따라 맛이 변한다고 들었는데,

그 맛의 변화가 달의 성장 주기와 닮아서일까?


"그래서 진짜 왜 월광(月光)인 걸까?"


내가 알아본 바로는 두 가지 설이 있는 듯하다.

한 가지는 다른 차들은 열로 가열하여 건조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월광고수 백차의 경우 그늘진 곳과 자연 바람을 이용한다고 한다.

직사광을 피하는 만큼 밤처럼 조금 선선한 기후에서 건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달빛을 받으며 건조했다고 하여 '월광'이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얘기가 있다.


또 한 가지는 백차 특유의 찻잎과 거뭇거뭇한 찻잎이 섞인 모양이

둥근 편으로 엮었을 때, 꼭 월면과 닮아 있다고 하여 붙여졌다는 얘기도 있는 것 같다.


둘 다 마음에 드는 이야기이다. 달빛을 받아 건조했다는 얘기도 낭만적인 얘기인 것 같고, 

둥근 차 편의 모양이 달과 닮았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어 마음에 든다.



지난주 어떤 날, 기다리던 친구가 정성 스래 보내준 올해 첫 백차가 도착했다.


그 백차에는 크게 '月光古樹(월광고수)'라고 적혀 있었고, 고이 접힌 포장을 여는 순간

진하고 향긋한 차향이 방 가득 퍼져 나왔다. 그 향기가 마치 아주 달콤한 꽃내음 같아서,

순간 봄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싱그럽고 향긋한 향이었다.


그 향기와 '월광'이라는 낱말은 맛도 보기 전 나를 오만가지 공상으로 

내 머리를 휘져으며 흘러넘치게 했고, 어쩌다 이런 나의 멍청한 공상들에

사로잡혀, 정작 차에 대한 맛이나 향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못한 것 같다. 

아무레도 다음에 이어서 다시 말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즐거운 공상 시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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