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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Jul 11. 2024

'데미안' 그는 '천사'인가 '악마' 인가?

17 - 소설<데미안> 감상문


작품 <데미안>은 여러 추천 도서 목록에 꾸준히도 권장되는 고전 작품이며,

워낙이 유명한 작품이기에, 많은 분들이 읽어 보셨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이 작품 <데미안>을 어떻게 이해하고 읽으셨는지 몹시 궁금한 작품이기도 하다.

어릴 적 읽었을 때도, 그리고 성인이 되어 읽었을 때도 이 작품 <데미안>에 대한 나의 감상은 동일했다.

애매하고 모호하며 쓸 때 없이 파격(충격)적인, 이해하기 어려운 아리송한 성장 드라마.

그런데 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사춘기'이고 또 '성장통'이었을지 모른다. 


때로는 종교적이고, 철학적이기까지 한 이 '질풍노도'를 넘어 거의 '혼돈'에 가까운 성장 드라마,

오늘 얘기해 볼 작품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다.



소설 <데미안>은 주인공 '싱클레어'가 어릴 적 '데미안'이라는 신비로운 소년을 만나면서,

변화되어 가며 성장하는 '싱클레어'의 이야기이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때마다 반드시 나타나며, 조언을 해주기도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마치 '데미안'은 늘 앞날을 내다보고, '싱클레어'의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듯한 인상까지 준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무엇인가

초월해 버린 존재 같다고 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데미안'은 자주 '악'에 관하여 남들과는 다른 시선을 갖고 그것을 '싱클레어'에게

설파하고 역설하곤 한다. 그런 그를 '싱클레어'는 동경하기도, 또 두려워하기도 한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종국에 와서는 전쟁 한복판에서 마주한 '싱클레어'와 '데미안'

"언젠가 다시 나를 찾아도 예전처럼 직접 가 줄 수는 없어. 

그때는 너의 내면에 귀를 기울여. 내가 그 안에 있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이런 아리송한 말과 함께 *'에바 부인'이 보내는 선물이라며,

'싱클레어'에게 입 맞추고 '데미안'은 홀연히 사라진다.


* '에바 부인'은 싱클레어가 사랑한 여성이자, '데미안'의 어머니이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을 통해 무엇을 말해주고 싶었을까?


어릴 적 <데미안>을 처음 읽은 나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데미안'이 어떤 초월적인 능력을 

갖춘 '악마'라고 생각했었다. 온갖 검언이설로 주인공 '싱클레어'를 현혹시키는

뱀과 같은 존재라고, 종국에 이르러 '데미안'은 결국 입맞춤을 통해 '싱클레어'를 자신과 같은 존재,

악마의 화신 같은 존재로 변모시켰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다시 <데미안>을 읽은 나는 '싱클레어'가 다중 인격 장애 혹은

정신 분열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자신의 다른 이면의 인격 즉 어둡고, 숨겨진 인격이 '데미안'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대외적이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인격이 '싱클레어'라고...

종장에 이르러 성장한 '싱클레어'는 자신의 내면의 어두운 면모 '데미안'을 받아 드리고,

수용하며, 자신의 인격장애를 극복하고 성장한다는 이야기라고 해석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석하건 석연찮은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특히 바로 주인공 '싱클레어'가 사랑한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이라는 존재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암만 그래도 친구의 어머니를 사랑한다니... 너무 파격적이지 않은가?)


'데미안'이 초월적인 악마 같은 존재라면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은 악마의 조력자 인가? 혹은 같은 악마인가? 


'데미안'이 '싱클레어'가 만들어낸 자신의 내면의 존재, 즉 허구의 존재라면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 역시 '싱클레어'가 만든 허구의 인물인가? 

.

.

.

이후에 이 <데미안>에 대한 여러 해설들을 찾아 읽으며, 재미있고 명쾌한 해설을 찾게 되었다.

소설 <데미안>의 내용은 실제 있는 사건이 아닌,

주인공 '싱클레어'의 내면의 성장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가치관의 충돌을 여러 인물에 비유해

그려낸 작품이라는 해설이었다. 즉 '데미안' 뿐만 아니라 '에바 부인' 역시 가치관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를 대변하는 인물이라는 해설이었다.


그중 '데미안'은 '투쟁', '분노', '반항', '파괴' 같은 얼핏 부정적인 것들을 대변하며,

큰 테두리로 '악'을 대변하는 인물이라는 해석이다. 

아마 이 부분이 내가 어릴 적 '데미안'이 '악마'라고 느꼈던 이유일 것이다. 

허나, 과연 '투쟁', '분노', '반항'같은 감정은 나쁜 것인가? 

이 감정들은 누군가에게는 '악'일 있지만, 또 누군가에겐 '선' 일수도 있다.

'혁명'이라는 것이 '분노'와 '투쟁' 그리고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듯 말이다.

때에 따라 또 대상에 따라, '악'은 손바닥 뒤집듯 '선'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데미안'의 존재가 '천사'같으며, 또 '악마' 같기도 한 모호하고 애매한 존재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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