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준생 Sep 12. 2024

주판을 잘 못 튕긴 노인

24- <노인과 바다>와 일상의 생각


오늘 이야기할 내용은 감상문은 아니다.

살아가다 보면, 특히나 어떤 일을 진행하다 보면,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 같은 일들이 종종 생기 곤 한다.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이지만, 한 번 더 간략하게 얘기를 하자면,


한 어촌 마을에 노인이 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노인이 늙고 노쇄하여 더 이상 고기를 못 잡을 거라고 얘기하며,

함께 바다에 나가는 것을 꺼릴 만큼 괄시한다.

물론 실제 노인은 노쇄하여 오랫동안 고기를 잡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노인은 홀로 자신의 작은 배를 끌고 바다로 향한다.

하지만 그날은 여느 때와는 달랐고, 그날 정오쯤 자신의 배 보다 2배나 큰

대어(청새치 던가?, 참치 던가?)와 조우한다.

그렇게 노인은 사흘 밤낮을 꼬박 그 대어와 사투를 버린 끝에

그 큰 대어를 낚아 올리는 데 성공한다.


그렇게 자신의 배보다 큰 물고기 싣지 못하고, 배의 측면에 잡은 대어를

동여매고는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상어 때를 만나, 우여곡절 끝에

겨우겨우 돌아오지만, 돌아온 배에 있는 것은 살점은 전부 상어 때에게 빼앗겨

앙상하게 남은 대어의 뼈뿐이었다.


그렇게 돌아온 노인은 지친 몸을 이끌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한다.



분명 처음 진행할 때는 제법 큰 건수에 제법 마진율도 괜찮은 일이었는데,

진행하다가 보면, 이래저래 예기치 못한 일에 봉착하여,

이거 저거 내어 주고,  결국 앙상한 뼈만 남게 되는 그런 일들이 있다.


사실 뼈라도 남아 있다면 정말 다행이겠지만,

내 경험상 한번 꼬인 일은 꼭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꼬이기 마련이다.

'일종에 '머피의 법칙'과 비슷한 개념인 건가?'

여하튼, 이렇게 여러 번 꼬인 일들을 풀어내기 위해, 이거 저거 포기하고,

양보하다 보면, 결국에는 뼈도 못 추릴 때도 많다.


정말 일이 꼬이고 꼬여 잘못되는 날이면,

마진은 고사하고 시간만 낭비할 때도 있다. (적자나 안 보면 다행이다.)

이런 일들을 우리 회사 내에서는 일명 '자원봉사'라고 부르는데

이런 '자원봉사'건들은 보통 요즘 같은 연휴를 앞두고 터지 곤 한다.


모두가 연휴를 앞두고 들떠 있는 분위기.

무려 연휴가 6일이나 되는 상황,

즉 모든 생산 라인과 운송라인이 멈춘다는 뜻,

더군다나 택배는 이미 일찌감치 마감을 한 이런 때.

일이 꼬이기 최적의 상황이다.


당연히 올해도 조용히 지나가지 못하고, 터지고 말았다.


이런 일이 터지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뼈라도 남기기 위해 주판을 튕겨가며, 머리를 잘 굴려야 한다.

어떡해서든, 연휴 전에 잘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추석 연휴 동안 송편이라도 얹힌 기분으로 연휴를 보내야 한다.


그저 나는 노인이 그랬던 것처럼 모든 것이 무탈하게 잘 마무리되고,

집으로 돌아가 편히 잠들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미 살은 거의 모두 내어 주었으니, 부디 뼈라도 남기를

아니 뼈라도 힘들다면, 생선 대가리로도 좀 남기를...


일단 연휴를 앞두고 있으니, 책임소재는 추후에 따져도 늦지 않다.

일단 모두들 기분 좋은 추석 연휴가 되길 바라며...


"연휴가 끝나고 보자, 진짜 가만 두지 않겠다!"

이전 24화 너무나도 울적한 코미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