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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Sep 05. 2024

너무나도 울적한 코미디

23 - <노킹온 헤븐스 도어> 감상문


아마도 이 영화는 수작이긴 하지만, 

실제 본 사람은 많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유명배우가 출현한 것도, 또 유명감독이 연출한 작품도 아니며,

영화계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독일의 영화라는 점에서

그다지 많은 사람이 관람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음악과 이 마지막 해변에서 두 남자가 보드카 한 병과 담배 한 개비를 

피우고 마시며, 바닷바람에 아스라 지듯 쓰러지는 

이 장면과 더불어 울려 퍼지는 'Selig(원곡자는 밥 딜런이다) - Knockin’ on Heaven’s door'

이 라스트 신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과거 '싸이월드'라는 SNS의 조상 격인 서비스가 활발하게 이용되던 당시

젊은 남성들이 이 장면과 함께 우정에 관한 자신의 소신 있는 개똥 같은 철학들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마구 뱉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나도 그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영화를 실제 관람 하기 전까지 굉장히 하드보일드한

남자들의 우정을 다룬 요즘말로 '브로맨스'영화인 줄 알았다.


하지만, 충격적이게도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다, 

실제 장르적으로도 코미디에 분류되어 있으며, 실제 영화 역시 제법 유쾌하고 재미있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두 남자의 좌충우돌, 폭주기관차와 같은 질주.

오늘 얘기할 작품은 <노킹온 해븐스 도어>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두 청년.

그 둘은 인생의 마지막을 병원에서 보낼 수 없다며, 데낄라 한 병을 마시고는

의기투합하여 바다를 보러 가기로 한다.

그렇게 둘은 주차장에서 자동차를 훔쳐 바다로 향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둘이 훔친 차량은 마피아의 차량이었고,

그 차량의 트렁크에는 엄청난 양의 돈다발이 들어 있었다.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그 둘은 어차피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여행의 경비를 벌기 위해 은행을 털기까지 한다.


이렇게 마피아와 경찰의 추적까지 받게 된 두 시한부 청년.

그 둘 인생의 마지막 바다를 보기 위한 좌충우돌 여정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는 분명 코미디 영화이다. 부분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일반적인 코미디 영화라기에는 

화면의 색채가 어딘가 빛바랜, 혹은 물이 빠진듯한 느낌이 강하다.

시종일관 칙칙한 영상. 분명 코미디 영화답게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거나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이 영화의 색채는 어딘가 칙칙한 인상을 준다.


또한 마치 화면을 이 분할이라도 한 듯 대칭적인 구도를 많이 사용한다.

마치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긋는 구분선이라도 찾아 그어놓은 듯한

분할되어 대칭을 이룬 화면 구성,


그리고 종종 예고 없이 찾아오는 친구의 발작.

유쾌하다가도, 불현듯 찾아와 옥죄어오는 죽음의 공포.

그 둘의 죽음이 이미 손쓸 수 없을 만큼 목전에 와닿아 있음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익살스러운 연출로 잊을만하면,

한 번씩 엄습해 다시 상기시켜 준다.


그리고 그 유명한 마지막 해변에서의 라스트신, 

두 청년은 담배 한 개비와 보드카 한 병을 나눠 마시고는 해변에 앉아,

'Selig - Knockin’ on Heaven’s door'음악을 끝으로 

영화도 그리고 두 젊은 시한부 청년의 이야기도 끝을 맺는다.


결국 두 젊은이는 해변에 앉아, 이승과 저승의 구분선을 그렇게 넘는다.


'놐놐... 노킹온 헤븐스 도어~'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다.

너무나도 울적하지만, 코미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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