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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Feb 01. 2024

#04 애증의 백차

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좌-우려낸 백차/우-우려내기 전 백차>

평소 가장 많이 즐기는 차는 고수차 중 보이 '숙차'이며, 그다음으로 많이 즐기는 차는 바로 오늘 소개할

고수 '백차'이다. 백차의 경우 덖거나 찌지 않고 자연적으로 건조하여 만드는 차이며, 찻잎 수확 전 나무 상태에서 바람을 타고 숲의 여러 가지 향들이 묻어나기 때문에, 매년 맛과 향이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육안상 가장 큰 특징으로는 차를 우렸을때, 아주 작은 백색의 솜털들이 예쁘게 차 속에서 흩날리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맛과 향을 묘사해 보자면, 처음 백차를 마시면, 산뜻하고 조금은 알싸한 풀내음 비슷한 느낌의 맛과 향이 입안 가득 매운다. 그 후 차를 목으로 넘기면, 입안에 달큼하면서도 시원한 향이 맴돈다.

맛과 향의 묘사는 지극히 개인적이기 때문에, 우려내는 사람이나, 방식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왜냐면 실제 내가 누구보다 그것을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뒤에서 할 얘기도 이것이다.


위 제목처럼 나에게는 애증의 '차'이기도 하다. 이유로는 바로 백차는 입문자인 나에게는 다소 취급상 주의 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일단 백차는 물에 민감한 차라서, 끓인 물을 부을 때  최대한 찻잎에 닿지 않게, 우려내는 다기 표면을 타고 물을 흘려 넣어야 하며, 온도에도 상당히 민감하여 물을 조금 식혀 차를 우려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오래 우려서도 안되며, 또한 찻잎이 쉬이 쩌지기 때문에 우린 후 뚜껑을 반드시 열어 둬야 한다.


누군가는 한 두 가지 정도 생략 한다고, 뭐 크게 바뀌겠냐고 하겠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다. 백차는 정말이지 쉬이 써지고 떫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마실만한 맛있는 백차를 우려내는데 상당한 기간이 걸렸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다행히도 선생님과 함께 처음 우린 백차가 성공적이어서, 잘못 됐음을 인지했던 것일 뿐, 만약 첫 차부터 실패했다면, 아마 지금 까지도 원래 쓰고 떫은 차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애증의 '증'부터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내가 백차를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맛과 향이 취향에 맞아서겠지만, 자연 속 숲의 향이 묻어나 매년 다르다는 부분이 몹시 매력적이었다. 물론 아직은 다른 해에 수확된 백차를 마셔보진 못했지만, 같은 차가 매해 다른 맛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 미세한 차이를 내가 느낄 수 있을지는 좀 미지수 이긴 하다.


또한 이 부분은 아마 제품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마시는 백차 제품의 경우 정사각형의 얇은 블럭 모양으로 나오며, 이 블럭은 마른 잎들이 압축되어 있는데, 이 얼가설기 엉켜있는 마른 잎들의 모양도 너무 예쁘지만, 또 끓인 물을 부으면 이 잎들이 물을 머금고 풀어져, 통통 하게 살이 찐다. 그 모습이 참으로 재미있다. 그 모습을 넉 놓고 구경하느라 우려낼 시간을 놓쳐 쓰고 떫어진 적도 있을 만큼 그 모습을 재밌어하고, 좋아한다.


이 글을 쓰는 현제는 제법 익숙해져 내가 우리는 백차에서도 쓰고 떫은맛은 많이 덜게 되었다. 또한 블럭형태가 아닌 잎이 풀어져(훼괴) 있는 백차를 보내주셔서 아주 맛있게, 차를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작은 변화에도 색다른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참으로 즐거운 일이었다. 이 훼괴된 백차에 관하여는 다음 언젠가 글로써 좀 더 자세히 옮겨 보겠다. 


지금도 어리숙 하지만, 지금보다 더 어리숙하게 차를 내리던 때의 떫고 쓴 백차를 다시 떠올릴 때면, 어찌 그런 차를 꾸역꾸역 참고 마셨는가 싶을 때가 있다. 언젠가 지금의 내가 내린 차들의 미숙한 맛을 다시 떠올리며, '피식' 하고 웃을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참으로 재미있고, 즐거운 차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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