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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Jan 29. 2024

새해 그리고 생애 첫 헌혈

일상의 생각


올해 나의 신년 2024년 다짐 중 하나는 '그동안 미루고 덮어뒀던 많은 일들을 실천해 보자!'이며, 그중 하나가 바로 헌혈을 하는 것이다. 제법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드디어 실천으로 옮기기로 했다. 잠시 핑계를 좀 대 보자면, 나는 실로 왜소하다, 또한 20대 초반에는 지금 보다 더욱 왜소하여, 헌혈 조건 미달로 헌혈을 못했었고, 그 이후 작은 사고가 있어 한 동안 병원 생활 및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상황에 닥쳐 못하고 있다가,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이 되어서야 하고 싶던 이 일을 실행하게 되었다.


'수혈을 하지 못해 고통받는 이를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라든가,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같은 원대한 포부나 뜻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내가 왜 이렇게 까지 헌혈을 하고 싶어 했는지는 곰곰이 생각을 해본 결과, 짐작하건대, 그냥 '뿌듯하고 보람된 기분을 느끼고 싶다'라는 다소 이기적인 생각인 듯하다. 위에 살짝 언급했듯 나는 20대 시절 제법 긴 기간을 병원에서 지내야 했다. 그 시절 이런저런 이유로 참 많은 피를 뽑았다. 물론 치료의 목적이라 피가 안 나와도 쥐어짜듯 피를 뽑아내야 했던 적도 있다.


그 시절 기억 때문인지, 나는 주삿바늘을 똑바로 잘 보지 못한다. 이런 나에게 막상 헌혈을 하러 가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으며, 또한 20대 초반 친구들끼리 영화티켓이나 받아서 영화를 보자고 방문했던, '헌혈의 집'에서 나 홀로 조건 미달이라 돈을 지불하고 영화를 봤던 굴욕의 기억도 있던 터라, 더욱 '헌혈의 집'을 방문하는 일은 내게 큰 다짐이 필요했다. 근데 이제 와서 다 큰 어른이 주삿바늘이 무섭다 던가, 조건미달이 부끄럽다라던가 하는 것은 좀 아니다 싶어, 다짐한 바 2월이 오기 전에 서둘러 실천으로 옮기기로 했다.


그리고 주말 아침, 원래 잘 챙기지 않던 아침식사를 챙겨 먹고 '헌혈의 집'을 방문하여, 간단한 검사를 진행했다. 솔직히 또다시 조건 미달이나 혹시 내가 모르던 질병이 발견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굉장히 쓸 때 없는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별문제 없이 헌혈을 수 있었다. 채혈이 거의 끝나 갈 때쯤 선생님께서 작은 판플릿을 건네시며, 이 중 갖고 싶은 기념품을 고르라고 하셨다. 영화티켓, 기부증, 문화 상품권, 아이돌그룹의 포토카드, 그밖에 다양한 상품이 있었다. 선물을 고르는 일은 크던 작던 늘 상당히 즐거운 일이다.


헌혈이 끝나고 이온음료와 함께, 10분 정도는 '헌혈의 집'에 머물러야 된다는 설명을 듣고, 이온음료를 마시며, 보람된 기분을 느끼려 했으나, 실제 내가 느낀 것은 굉장한 허기짐 이였다. 피를 그만큼 뽑았으니 당연한 것이다. 그렇게 10분이 흐르고 친구를 만나 기름진 음식을 정말 허겁지겁 쑤셔 넣었다. 그리고는 그제야 포만감과 함께, 뭔가 뿌듯하고 보람된 기분이 들었다. 이제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면 이런 기분을 정기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매우 감사하고 기대됐으며, 이 기분이 최대한 길게 적어도 오늘하루는 느껴지길 바래보았다.


실제 헌혈을 매달 하려 생각했는데, 최소 8주에 한 번만 할 수 있다고 한다. 8주 후 잊지 않고 다시 방문하여 이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다음에 헌혈할 때는 아침을 좀 더 든든하게 먹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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