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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Feb 13. 2024

#07 차(茶)의 좋은 친구 책

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나는 요즘 보통 차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글을 쓴다. 차를 처음 마실 때에는 티 타임이란 뭔가 주전부리, 즉 쿠키나 양갱 같은 상식적으로 잘 알려진 그런 것들과 함께 즐기는 것인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처음 차를 즐길 때만 해도 이런저런 주전부리를 준비해 놓고는 차를 마셨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내가 마시는 차들은 생각보다 이런 주전부리와 잘 어울리지 않았다. 물론 때로는 나의 실수로 쓰고 떫어진 차들을 억지로 마실 때 도움이 되긴 했다.


무슨 티타임의 강박 같은 것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한 곳에만 집중하는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제법 오랫동안 차와 어울리는 주전부리를 찾아 헤매었었다. (내 기준으로는 버터링과 오란다 정도가 그나마 가장 잘 어울리긴 했다.) 그러던 중 어쩌다 추천받은 책이 있어, 정말 오랜만에 읽기 시작한 책, 이보다 더 좋은 차의 친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의 맛에도 집중이 되고 책에도 집중이 잘 되었다. 그렇게 나는 차를 마시며, 군생활 때나 병원생활 때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했던 독서를 다시 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차생활과 함께 읽었던 첫 책이 산문집이었다. 그 이전에는 거의 미스테리 소설이나 전쟁 소설 같은 책들을 주로 읽었으며,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게 그거지 뭐'라는 생각으로  산문이나 수필이라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었는데, 막상 내가 처음 읽은 산문집은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마치 친구와 수다를 떨고 있는 그런 기분까지 들었다. 그리고 마침 차에 대한 하루하루의 기록도 남겨보라는 선생님의 충고와 함께 '아 이런 느낌의 글이라면 나도 한 번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이렇게 글까지 쓰기 시작했다.


내가 책을 고를 때 주의하는 두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되도록 소설류의 책을 피하는 것이었다. 위에도 말했듯이 차와 함께 책을 읽으면 정신없이 집중할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며칠 만에 책 한 권이 끝나버린다. 특히 소설류의 책들은 훨씬 심하다. 책값도 책값이거니와 거대한 대형서점에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읽고 싶은 책을 찾아 헤매는 일 또한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에피소드 혹은 주제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하는데, 보통 산문이나 인문서가 그러한 듯하다.


또 한 가지는 고전 명작 도서들을 찾아 읽는 것이다. 이 고전 도서를 찾아 읽는 것은 사실 예전에도 도전한 적이 있었는데, 그중 나에게 있어 특히 '해저 2만리'는 너무 힘든 작품이었다. 그 당시 나에게 '해저 2만리'는 책장을 한 장 넘기는데 꼬박 이틀이 걸릴 만큼 너무 지루하고 몰입하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성경책도 이보단 재미있으리라 생각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요즘은 고전 명작 소설들이 손바닥 만한 작은 크기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나오는 시리즈가 있다. 서점을 들릴 때면 읽고 싶은 책과 함께 고전 소설 한 권을 꼭 집어오곤 한다. 


최근 주변 지인에게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을 추천받았다. 제법 두께가 있는 책이라 기대했는데, 역시 소실책은 체 며칠을 가지 못하는 것 같다. 조만간 다시 대형서점을 방황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는 차에 대한 에세이를 찾아 읽어볼까 고민 중이며,  또한 '해저 2만리'를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이전에는 결국 다 읽지 못했지만, 요즘처럼 차를 우려내며 함께 읽는다면 이전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좀 더 즐겁게 읽어 볼 수 있으리라, 그때는 우려낸 차보다는 아주 진하게 끓여낸 보이 숙차를 준비해서 마셔 볼 생각이다. 


차를 우려내고 마시며, 새 책의 첫 페이지를 펴는 일은 항상 설레이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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