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준생 Feb 02. 2024

'이딴 일'이 뭔데!?

일상의 생각

나는 현제 주로 사무실에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으나, 머리가 복잡할 때면 배송팀이나, 공장 쪽의 일을 자처해서 단순노동을 찾아 도울 때가 있다. (물론 근무 시간 내에 일이다.) 바삐 손을 움직이다 보면, 이런저런 잡생각이 사라지고 또 때로는 콧노래를 부르며, 재미까지 느껴질 때도 있다. 어쩌면 이제 와서 진지하게 진로를 다시 고민해 봐야 될지도 모르겠다. 천직이 눈앞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물론 가끔 자발적으로 하는 나와 실제 전업으로 삼으시는 분들의 느낌은 많이 다르리라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가끔 성수기나, 바쁜 시즌이 오면 전 직원들이 이런 단순노동에 동원돼야 될 때가 있다. 우리처럼 작은 회사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나, 대다수의 직원들은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 한 번은 내 밑에 직원이 내게 "내가 이딴 일 하려고 온 것도 아닌데, 저는 디자이너 라고요!"라고 대뜸 투정 아닌 투정을 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납기가 급하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정도로 에둘러 다독이며, 바삐 움직였었는데 돌이켜 생각하니 '이딴 일'이라니, 이 노동이 어떤 일인데, '이딴 일'이라니 어찌 이리 무례 할 수 있는가!


'이딴 일'이란 말이, 자신의 전공과 업무분야와는 전혀 다른 업무가 주어져, 그 때문에 나오는 불평불만이라는 것 정도는 물론 알고는 있다. 하지만 끝끝내 '이딴 일'이라는 단어가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 말을 뱉은 친구는 내가 불러 새워 한 소리 할 만큼 한가하지도 아직 그렇게 까지 꼰대가 되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나는 친구와 3년여 가까이 손발을 맞춰온 친구이다. 서로의 가족일도 어느 정도 공유할 정도로 친한 사이이며, 나의 입버릇처럼 말하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을 친구 이기도 하다.


나의 그 입버릇 처럼 하는 말은 "퇴사하면 다시는 디자인 안 한다, 어디 공장에라도 들어가서 일할 거야!'이다.

사실 어느 정도는 진심이다. 의자에 가만히 앉아 업무를 보는 일에 그다지 적성에 맞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도합 10년도 넘게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아마 내가 손재주가 조금만 더 좋았다면, 조형사나 목수, 재봉사 같은 내 손재주 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것이다. 실제 어릴 적 꿈꾸던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아쉽게도 손이 그다지 야무지지 못해 결국 이렇게 의자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다.


너무 늦기 전에 뭐 작은 재주라도 하나 배워둬야겠다. 혹시 모르는 일 아닌가?,

어쩌면 수년 후 작은 수선집에 앉아 재봉틀과 씨름하고 있을 나를 상상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한 겨울의 벌레 지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