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조금은 생소할 것이리라 생각한다.
실제로도 그다지 많이 쓰이는 단어도 아닐뿐더러 정확한 단어도 아니기 때문이다.
'천평궁' 정확히는 '천칭궁'으로 천칭자리를 뜻하는 단어이다.
내가 이 단어를 차음 알게 된 것은 내가 학생이던 시절에 무척이나 좋아했던
<델리스파이스 - 항상 엔진을 켜둘게>라는 곡에서였다.
당시 나는 이 노래가 주는 청량하고도 어딘가 아련한 분위기가 너무나도 좋았다.
그렇게 한동안 끊임없이 반복해서 듣고, 친구들과 노래방을 갈 때면 꼭 부르고는 했다.
얼마나 듣고 불렀던지, 당시 나의 친구가 노래방 선곡번호를 외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듣고 따라 부르던 <델리스파이스 - 항상 엔진을 켜둘게>에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가 있었다.
그 단어가 바로 '천평궁'이었다.
휴일을 앞둔 밤에
아무도 없는 새벽
도로를 질주해서 바닷가에
아직은 어두운 하늘 '천평궁'은 빛났고...
<델리스파이스 - 항상 엔진을 켜둘게>
당시에는 인터넷이나 피시방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나무위키나 지식인 같은 서비스는 없었던 것 같다.
왜냐면 나는 제법 오랜 시간을 이 '천평궁'이라는 단어를 두고 시름을 했기 때문이다.
어두운 하늘에 빛났다고 하는 '천평궁'
당시 빈약한 나의 지식을 쥐어짜 내어,
하늘 '천(天)', 평평할 '평(平)'자, 집 '궁(宮)'자라고 생각했다.
하늘의 평평한 궁궐.
이게 뭘까 고민하던 나는 이것이 오로라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하게도 완전히 틀린, 오답이다.
하지만 그렇게 나는 그 후로 오랫동안 이 노래를 들으며
북유럽의 어느 눈 덮인 해안도로 위에 뜬 오로라를 떠올리곤 했다.
나의 해석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대충 때려 맞췄던 한자는 다 맞았다.
그렇게 그 '천평궁(天平宮)'이라는 단어가 오로라가 아닌,
밤하늘 천칭자리를 뜻하는 단어라고 알게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어느 눈 덮인 해안도로 위에 뜬 오로라를 머릿속으로 그리고는 한다.
여행 전 공항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새벽녘에
듣기 이 만한 낭만은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