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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Feb 29. 2024

#12 대명사 '녹차'

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저 머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나는 차를 즐기기 전 '차'라고 하면 제일 먼저 녹차를 떠올렸다. 시중에 녹차 음료도 티백도, 또한 녹차를 활용한 식품들 역시 많이 때문에, 그만큼 접할 기회가 많아서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보면 알게 모르게 녹차를 참 많이 마셔왔는데, 단 한 번도 녹차가 특별히 맛있다고 느껴서 내 돈 주고 마셨던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냥 갈증이 날 때 생수를 마시자니 심심해서 고르는 정도이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최근 이런저런 차를 고민하던 중 잎녹차를 구매하여 마시게 되었다. 일반적인 시중에 판매하는 음료나 티백의 맛이 그러하듯, 씁쓸하고, 약간은 떫은 느낌의 풀 맛? 같은 맛이 녹차의 맛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내가 구매하여 마셔본 녹차는 내가 생각하던 그런 맛과는 사뭇 달랐다. 일단 내가 준비하여 마신 녹차는 국내 '지리산 녹차'이다. 


처음 녹차를 마시고 느낀 것은 찝찔한 향과 쌉쌀한 향의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 향으로 (그렇다고 결코 짜거나 쓰지는 않다.) 풀 맛이 더해져 김 맛이라고 해야 할까? 뭔가 건조된 해조류 같은 상당히 독특한 느낌이 났다. 전혀 떫거나 쓰지는 않았다. 물론 녹차도 녹차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마신 녹차의 첫인상은 그러했다. (이후에 녹차에 대해 좀 더 찾아보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지리산 녹차는 특유의 대나무 맛이 난다고 한다. 내가 독특하다고  느낀 것이 대나무 맛이었나 보다.)


그렇게 한잔 두 잔 비워내다 보니, 적응이 된 건지 처음 생소함에서 오던 특이한 맛은 점차 옅어지고, 은은하고 향긋한 향기가 오래 남았다. 내가 기존에 사무실에서 종종 마시던 '현미녹차'티백과는 달리 구수한 맛이 느껴지지는 않았으나, 그만큼 깔끔한 느낌이 좋았다. 자주 마셔도 질릴 것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또한 재탕을 몇 번 진행해 봤으나, 맛도 제법 잘 유지하는 것 같아 오래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이제까지 차생활을 하며, 내가 고민하고 구매했던 차는 이번 '지리산 녹차'가 처음이다. 항상 지인이 추천해 주는 차를 마셔 왔기 때문에 고민 없이 마음 편하게 차생활을 이어 왔으나, 이번에는 스스로 찾아보고, 고민하여 구매해 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어떤 차가 좋을까 비교도 이리저리 비교도 해보고 고민하면서 구매한 나의 첫차. 본래는 우롱차를 사고 싶었으나, 첫 구매이니 만큼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가장 대중적이고 무난하다고 생각했던 녹차를 선택한 이유 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했던 맛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으나, 정도면 구매치 고는 성공적인 것 같다. 모든 일은 시작이 제일 어렵기 마련이다.

아무리 준비하고 고민해도 시작하는 일은 늘 어려운 법이다. 가끔은 일단 저질러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뒤처리는 훗날의 나에게 미뤄두고 말이다. (사실 난 그렇게 저지른 일이 참 많다...)


앞으로는 이렇게 좀 더 여러 가지 많은 차들을 구매하여 맛볼 생각이다. 하지만 워낙 내 성격상 이것저것 많이 쌓아두고 사모으는 성격이라, 최대한 가지고 있는 찻잎을 다 마신 후, 숙고하여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이번 '지리산 녹차'를 500g이나 구매했는데, 이거 언제 다 마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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