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나는 예전부터 홍차에 대한 이름과 색상에 상당한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왜 홍(紅) 차라고 불리는 거지?"
붉다고 하기엔 너무 검고 어두우며, 그렇다고 어두운 흑빛이라고 하자니 이리저리 돌려 보다 보면 붉은색이 보이기도 한다. 이름은 붉을 홍 자를 사용하여 '홍차'라고 불리지만, 붉은빛이 많이 감돌지는 않는다.
누군가 나에게 붉은색이라고 우긴다면 마지못해 붉은색이라고 대답해 줄 정도의 색상. 정확한 색상을 따져보자면 '갈색'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대중적인 홍차상품이자, 블랜딩 방법인 '밀크티'를 떠올려 보자. 밀크티의 색깔은 믹스커피에 우유를 넣은 색상이다. 즉 베이지 색에 가깝다. 그렇다면 밀크티의 베이지 색에서 우유빛깔 백색을 조금 덜어 낸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게 되면 분명 갈색이 된다. 또한 나를 더욱 헷갈리게 만드는 것은 홍차의 영문 표기이다. 홍차는 영문표기는 'red tea'가 아니라, 'black tea'이다.
그리고 보통 '홍차'라고 하면 왠지 많이들 영국을 떠올린다.(아마도 밀크티 때문일 것 같다.) 하지만 중국이 홍차의 발생지이며, 정작 최다 홍차 생산국과 소비국은 인도라고 한다. 이러한 연유로 원산지마다 차의 종류가 나눠지기도 하고 문화권도 제각각이다 보니, 홍차는 그 종류가 상당히 다양하며, 브랜딩 된 종류까지 따지면 어마어마한 가짓수를 자랑한다. 물론 그 맛과 향 또한 다양하다. 일단 내가 마셔본 두 종류의 홍차, 다즐링과 고수홍자의 맛과 향을 비교하여 예를 들어 보자면, (음료수 실론티 제외 하겠다.)
다즐링의 경우, 향긋한 꽃향이나 과일향 같은 상큼한 느낌의 달콤한 향을 가지고 있으며, 상당히 깔끔한 맛을 낸다. 내 기준으로는 그 깔끔함이 다소 단순하고 심심한 맛이라고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고수 홍차의 경우 달큰한 향을 가지고 있지만 꽃향이나 과일향보다는, 고구마 같은 느낌에 좀 더 가까웠다. 구수하면서 달큰한 느낌의 향, 단순하지 않은 깊은 맛이나 풀내음 특유의 쌉싸름함도 내포하고 있다.
이렇듯 홍차는 존재도 모호한 주제에 종류에 따라 맛도 천차만별이다. 만약 내가 전 세계의 모든 종류의 홍차를 맛봤다면 '홍차는 이렇다!'라고 말하겠지만, 고작 두 종류 마셔본, 아직 차생활이 1년도 되지 않은 입문자인 내가 언급하기에는 홍차는 상당한 난제였다. 홍차에 대해선 좀 더 마셔보고 알아가야 될 것 같다. 모든 홍차 종류를 마 마셔보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살면서 10종류 정도는 맛볼 수 있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다시 '홍차는 이렇다!'라고 한번 얘기해 보고 싶다.
어린 시절, 나는 흐릿하고 모호한 것들에 큰 흥미를 느끼고 좋아했다. 뜬구름 잡는듯한 흥미로운 이야기들,
하지만 사회에 나온 나는 어느새인가 조금 지루해도 선명하고 또렷한 것을 선호하게 되었고 모호하고 흐릿한 것을 참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때로는 이런 것들을 스스로에게 강요하기도, 또 누군가에게 강요하기도 했다.
작업물이든, 인간관계든, 태도든 뭐가 되었든, 보다 분명하게!, 보다 뚜렷하게!, 보다 선명하게!...
과연 그렇게 얻어 낸 결과들이 정답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