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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의 긴 그림자

by 송유성

한때 방황한 적이 있어요 하고 고백하며 눈치 본 날

그것이 좋아 보이지는 않아요 라고 당신이 말하고

나는 삶이 부정되어 슬픈 것 보다

자신도 좋아 보이려 증명하고 살았어야 할

당신 때문에 더 아팠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고 하길래

우주 제일의 수리공이 되기로 했다

고쳐 쓰고 다시 보고 돌아보고

그런 운명을

누군가의 길어지는 그림자를 보고 따르기로 했다


사랑을 해서 낳아버렸다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다 큰 어른을 어화둥둥 해서

다시 내 배꼽 속으로 넣어서

낳아버렸다


분리수거를 하기로 했다

타는 쓰레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


자주 하릴없이 누군가를 받았다

받는 일은 다리를 넓게 벌리고

순식간에 뛰어야 하는 근력이 필요했다

타고 난 일은 아니었다


당신 생각은 그럴 수도 있겠지요 라는 말

포기가 아니라 존중이었으면 했는데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어떤 건 애쓰면서까지 지킬 필요가 없다는

상식을 따르지 않아서 새로운 상식을 퍼트릴 수도 있단 것을

지는 바람에 고개를 드는

한 사람의 두고 온 과거를 좇으며 아는 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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