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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를 구해봅니다

by 송유성

떠먹여 줘도 못 먹는 마음도 있다

아무리 식은 죽이래도

소화 기관이 약한 사람은 어려운 죽이다

얼마든지 목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사랑과 미움을 바꿔 말할 수도 있고

따뜻해지고 싶었는데 찬물을 틀 수도 있다

언제나 생각보다 백 퍼센트 고의는 드물다

누군가의 실패한 번역이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에서

혁명을 부르짖는 선언문처럼 읽힐 때

기적처럼 희대의 로맨스가 탄생하기도

역사가 심판하는 반역자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를 개발하고


태어나자마자 울음을 잊어버린 사람도 있어서

일상이 없는 삶도 있다

매일 슬픔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와야 하는

의도되지 않은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삶도

정말 있기는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몰래 자서전을 쓰는 밤이 있고

안고 싶었는데 찔러버리는 겨울이 있고

슬프면서 화장을 고치는 실수를 하는 만남이 있다

성경은 언제나 베스트셀러다

자작나무 숲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러 십년지기 친구와 오랜 길을 떠났는데 너의 사랑법과 나의 사랑법이 달라서 절연해 버리고 돌아온 날은 이룬 것 하나 없는 할머니가 된 것 같다 자주 그렇게 실패한다 잠은 또 와서 다행이기는 하다


가로등은 발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느새 없이는 못 걷는 인간이 되었다

개발될수록 퇴화하는 건가 싶다가

그런 거라면 덜 사랑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날개뼈는 이름을 바꾸어야겠다

자주 흐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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