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살면서 흔히 하는 것도 안 해보고 살 수도 있다. 살면서 생일상 한번 안 받아본 삶도 그래, 있기는 있었다.
당신을 만나고 당신이 안 해본 것들이 온통 내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생일상 한번 받아보지 못했다는 것도, 해외여행 한번 가보지 못했다는 것도, 애인과 크리스마스를 보내보지 못했다는 것도, 새해에 일출을 보러 간 일도 없다는 것도, 아무튼 못 먹고, 안 듣고, 안 해본 것 전부, 당신이 내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그래서 완료, 하고 체크할 때까지 울면서도 버텼다. 나는 작지만 근성 있는 사람이니까. 근성이 있어서 이렇게 잘 살아남았으니까. 내가 당신의 삶에 선물 같은 존재가 되겠다. 그것만 생각하고 버텼다. 근성 있는 나는 당신에게 이별을 듣기 전 아슬하게 모든 항목을 다 지울 수 있었다.
저를 잊지 말라는 말이 아니에요. 누군가가 당신의 행복만을 간절히 바랐다는 시절을, 기억하고 살아줘요. 라는 내 말에.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라고 말하던 당신이 있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