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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해주는 모든 조언을 모으는 중이예요

by 송유성

눈을 감고 있어도

아무것도 안 보는 게 아니래요

눈꺼풀을 보고 있는 거래요

당신은 부재해도 자꾸 보이는 것과 같아요


죽은 듯이 잔다는 말이 조금 이상해져요

사람들은 죽는 것이 제일 무서우면서

죽을 것 같다는 말을 달고 살죠

죽을 만큼 애써봤다든지

힘들어서 죽겠다든지

그렇게 죽음을 느끼고 싶다면

답을 주지 않는 사람을 사랑을 하면 그만이죠

위로는 바라지 않아요

누군가의 위로는 사연이 궁금해서 끼워두는 찌 같은 거예요

위로는 됐으니

밥이나 사요

밥을 먹을 때는

입을 꼭 다물고 먹는 것이 예의니까

터져 나오는 울음을 잠시 참을 수 있어요

그러니 여러 계절 동안 사줘요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아오는 것보다

충동에 지십시오. 하는 처방이 빠르죠

충동에 져서 작고 빨간 지갑도 사보고요

맨드라미도 두 송이 사보고요

혼자서 볼 영화 티켓도 사봐요

감추기엔 어두운 장소가 늘 적절하니까요

빌려온 책에는 밑줄을 그을 수가 없어서

눈으로 기억해야 해요

남은 내 마음도 그래요

선배, 남자는 많이 만나보라면서요

경험이 쌓이면 좋은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긴다고요

좋은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길수록

왜 더 깊이 아파진다는 말은 빼먹으셨나요

지나간 추억은

종점까지 가야지 다시 와요

그동안 나는 여기에서 오랫동안

심심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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